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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결과에 대한 교육(학)적 해석을 위한 시론

4-22 총선 결과에 대한 교육학적 번역을 위한 하나의 시론.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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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결과에 대한 교육()적 해석을 위한 시론

 

 

1. 총선이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고 이런저런 분석이 넘쳐납니다. 그럼에도 무언가 중요한 발언이 결락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이번 총선은 봉건성을 극복하자는 합리적 근대화 시도의 지속적인 노력들이 실패를 거듭하면서 꾸준하게 축적하여 나타난 결과입니다. 이미 사회적 무의식 수준에서 중세적 봉건성과 결합된 일제의 잔재를 극복하려는 도도한 흐름이 있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봉건성 - 군국주의적파시즘 권위주의적가부장제등과 같은 하향적리더쉽이 결합된 한국사회만의 고유한 전근대성에 대한 도전이 면면히 이어져 온 결과가 지난 촛불혁명에서 극적으로 표출되었고, 이번 총선은 그런 촛불혁명의 정치적 구체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촛불혁명이 추구한 근대성의 내용에 대한 해석이 이번 총선결과에 대한 번역에서 중심내용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총선의 결과에 대한 수많은 글들에서 그런 해석의 결핍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런 결핍감을 해소해 주는 신선한 글을 발견하였습니다. 한국일보 칼럼에 실린 선거를 뒤집을 숨은 보수는 없었다는 칼럼입니다. The Enomomist의 기자의 칼럼을 선거결과의 해석으로 다시 번역한 글입니다. 인용된 외국기자의 시선에서 상황에 매몰된 내부자를 넘어서는 거리감을 확보하고 있는, 외부자의 시선이 제공하는 독특한 객관성의 힘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 해당기사를 찾았습니다. 총선의 결과가 나오기 전인 48일자 The Enomomist에 실린 칼럼이어서 민주당 압승에 물들지 않은 한국사회에 대한 객관성이 더욱 선명합니다. 그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합니다.

 

 

2. 심층적인 사회경제적 변화 과정에 있는 한국(Lena Schipper. 이코노미스트 칼럼니스트)

한국사회는 두 개의 균열선이 있는데 지난 두달 사이에 이걸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하나는 상향식 개인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하향식권위주의이다. 상향식 개인주의를 상징하는 사건은 봉준호의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받았다는 것이고, 하양식 권위주의를 상징하는 사건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순종적인 반응에서 나타났다.

오스카상을 수상하고 봉준호는 인터뷰에서 왜 그런 계급전쟁의 코미디극을 만들었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그런 18 미친놈이다(because I am a fucking weirdo)’라고 답했다. 이런 장면은 한국사회가 엄격하고 권위주의적인 사회적 도덕규범이 완화되면서 풍부한 문화-예술적 사회로 이행하는 상징이다. 이미 2018년에 한국사회의 경제부흥을 이끈 전자제품 수출은 문화제품(음악, 드라마, 영화)에 추월당했다. BTS의 최근 앨범은 칼융의 심리분석을 그 바탕에 깔고 있고, 기생충은 한국드라마의 전형인 끈적끈적한 스토리가 아니다. 기생충은 한국사회와 그 경계를 넘어서는 계급분열과 불평등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향식 권위주의에서도 변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통과하면서 부패하고 억압적인 권위주의 정권을 몰락시키고, 투명하고 공정한 리더쉽에는 신뢰를 보낸다. 메르스 당시의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적(muzzle)인 정부의 대응에 질려버린 한국인들은 새로운 정부의 투명한 코로나 대처에 협조적이다.

확실히 한국사회의 변화는 심층적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이런 변화를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진정되면 한국 사회는 오래된 도덕구조와 엄격한 과거틀(rigid expectations)에 대한 도전을 재개할 것이다. 이런 변화는 특별히 여성들이 이끌 것이다. 한국사회의 여성관련 지표들은 세계적으로 최악인 것으로 유명하다. 여성에게 불평등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남성임금의 2/3), 가사노동에 대한 일방적 부담, 사회와 직장에서의 가부장적 문화 등은 출산율을 0.92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한국사회의 변화는 앞으로도 다양한 갈등을 노출시키고 다양한 장애에 부딪힐 것이다. 그러나 일단 한국사회가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에서 빠져나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하나의 장소를 꼽으라면 새로 싹트고 있는 스타트업 사업분야일 것이다.

<출처>

https://www.economist.com/special-report/2020/04/08/south-korea-is-going-through-deep-social-economic-change

 

3. 21대 총선을 해석할 수 있는 해석 프레임은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다양합니다. 100년 전쟁인 친일청산이라는 프레임, 근대성의 완성이라는 프레임, 산업화세력 대 민주화세력의 대결이라는 프레임, 세월호 참사로 촉발된 안전을 담보하는 국가기구의 기능역할에 대한 응답이라는 프레임, 촛불 혁명의 정치적 틀이라는 프레임, 페미니즘 운동의 정치적 수렴이라는 프레임, 검찰과 언론 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확인했다는 프레임, 막말정치에 대한 심판이라는 프레임, 보편적 복지에 기초한 사회보장제도의 요구가 현실화되었다는 프레임, 코로나 대응에 대한 성과를 인정했다는 프레임 등등 수없이 많은 논쟁적인 시각들이 있습니다.

이런 프레임들이 별개의 독립된 변수들이 아니라 서로서로 내적으로 연결되어 작동하기 때문에 이중 어느 하나를 지목하여 이번 총선은 어떤 변수가 주요 독립변수라고 주장하는 것은 제논에 물대기식 주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각자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총선의 결과를 해석하고 그것들이 현실이라는 토대 위에서 서로 길항하는 관계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제일 손쉽고 편한 방법입니다.

그럼에도 각각의 사회영역에서는 제 나름의 기준을 가진 평가와 그에 따른 해석틀이 필요합니다. 그런 전제에서 출발한다면 레나스키퍼(Lena Schipper)의 상향식 개인주의라는 프레임을 한국사회 문화변동과 관련하여 바라보는 시각은 학교나 교육과 관련하여 생산적인 논의의 매개로 삼을 수 있습니다. 학교나 교육은 기본적 기능으로서 개별적 인간의 자기완성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일종의 문화기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총선의 결과를 촛불혁명의 문화적 귀결로 바라보는 관점은 총선의 결과를 교육과 관련하여 논의해 볼 영역이 있습니다.

 

4. 촛불혁명의 정치적 정착 지체된 6.8혁명의 도래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20대 국회를 촛불혁명의 결과와 분리된 정치적 결함으로 지적하는 논의가 많았습니다. 이번 총선이 그걸 교정한 선거라는 촛불혁명의 자기운동 결과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촛불혁명에 대한 성격규명이 총선결과 해석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촛불혁명이 한참이던 당시 참가시민단체가 2,000여개를 넘어섭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특정한 단체를 중심으로 명확한 성격규정을 하기는 난망한 일입니다. 단지 피상적으로 평소 반정부 집회에서 보이지 않았던 가족단위 동호회단위 등과 같은 비조직 분야의 여성들과 청년들이 눈에 두드러진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박근혜 퇴진이나 이재용 구속 같은 현실권력에 대한 저항 말고 이들이 어떤 메시지를 주로 발신하는지도 구체적으로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비조직적인 단위의 현실권력에 대한 무조건적인 저항이라는 메시지가 68혁명과 닮았음을 지적하면서 촛불혁명을 문화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시각은 김누리 교수를 중심으로 제기되었습니다. 전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꾼 68혁명이 뒤늦게 한국에도 도달하였다는 주장입니다. 분단으로 인한 냉전 때문에 강력한 억압체제인 박정희의 유신독재로 지체되었던 자율적 개인의 분출이 뒤늦게 출현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논리가 성립한다면, 총선결과에 대한 해석을 68혁명의 내용에 비추어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68혁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서구사회의 물질적 풍요와 그에 따른 자유로운 개인의 출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후의 서구의 경제부흥속에서 성장한 새로운 새대들은 구시대의 모든 질서에 저항하였습니다. 전방위적이고 전면적인 저항을 슬로건으로 내건 68혁명은 기성의 것들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한다는 정서적 기반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주목해야할 내용들은 기성의 권력체계의 핵심인 권위주의와 가부장적 가족제도에 대한 공격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핵심적 내용이 순응적인 가치를 담지하고 있는 기성의 규범이고 가부장적 가족제도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68혁명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모든 기성의 권위를 부정하면서 소수자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기반한 성해방을 주장하는 모습입니다. 이것은 가부장제와 그것의 사회도덕적 기초인 가족제도에 대한 전면적 부정의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68혁명의 가치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모든 억압으로 부터 해방된 자율적 개인의 탄생을 모색한 인류의 거대한 실험이라고 정의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5. 다시 레나스키퍼(Lena Schipper)의 시각으로 되돌아와 보면 한국사회의 총선 결과는 한국사회의 상향식 개인주의가 새로운 국면에 도달하였다는 징표입니다. 촛불혁명으로 표출된 기성의 권위주의와 기성의 규범에 대한 억압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정치적 출구 모색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기성의 권위와 규범을 상징하는 보수정당의 대패로 나타났습니다.

촛불혁명이 68혁명이라면 개인의 자율성을 지지하는 문화혁명의 상징인 봉준호나 BTS의 세계적인 성공 모델 그리고 코로나 대응과 같은 투명한 민주적 권력행사 모델은 한국사회의 이행경로를 예시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레나스키퍼의 결론을 끌어들여 성급하게 결론을 말하자면, 경제적 측면에서는 스타트업이라는 기업 형태로 특징지어지는 자율적 노동형태가 중심이고,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는 페미니즘이 사회문화변혁의 중심일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걸 교육학적으로 번역하면 순응적인 행위양식과 가치를 지지하는 기성의 억압적인 도덕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운 개인의 탄생입니다. 기성의 지배적인 가치체계는 주로 10:90으로 분리된 노동시장에 대한 학교기구의 선별기능에 실려 전달되었습니다. 이런 선별기능(사회적 지위 배분기능)에 대한 저항이 68혁명의 최초의 저항전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의 최종적 귀결이 프랑스대학의 평준화체제이고 독일대학의 국민모두에 대한 완전 개방과 무상화된 공교육 모델입니다.

이번 총선결과를 촛불혁명의 정치적 구현이고, 촛불혁명이 뒤늦게 찾아온 한국의 68혁명이라고 규정한다면, 기성의 도덕규범으로부터 해방된 자율적 개인의 탄생을 위한 모색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걸 학교교육이라는 분야에 한정해서 말하면, 사회적 지위배분기능은 약화되고 교육의 본래기능인 개별적 인간의 자기완성이라는 기능의 회복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자율적 개인이라는 존재가 스타트업이라는 경제체제의 자율적노동주체로 연결되는 것이 순리입니다.

레나스키퍼 식의 논리를 따른다면, 엄격한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대한 페미니즘 진영의 저항이 그런 변화과정의 사회문화적 운동의 주요동력입니다. 하향식 전통적 국가주의는 이런 과정에서 해체되어야 하고, 기존의 엄격한 도덕-윤리체계로 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개인들이 봉준호나 BTS와 같은 문화적 풍성함으로 드러날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한국사회 갈등의 주요 양태는 소수자 중심의 성별적 갈등관계형식이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교육 분야에서는 10:90의 분단된 노동시장을 지탱해주는 학교교육의 사회적 계급(지위)배분 기능에 내재하고 있는 기성의 가치체계에 대한 저항의 모습일겁니다.

 

 

2020. 04. 22

 

전 남 교 육 연 구 소 (책임작성자 :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