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경치

텃밭갈이

날씨가 정말 좋다.
햇빛이 쨍쨍하고, 공기는 나른하다.
허름한 작업복에 다 떨어진 운동화를 신고 뒤뜰로 나갔다.
겨우내 묵혀 두었던 텃밭을 갈아 엎었다.
그새 이런저런 잡풀들이 무성하다.

10평도 안되는 작은 땅을 쇠스랑으로 갈아 엎는 일에 땀이 난다.
텃밭에서 일할 때마다 놀란다.
이 작은 땅이 적잖은 노동력을 요구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일주일만 손을 안봐도 잡풀이 무성하다.

도시에서 살다가 처음 이곳에 와서, 술먹은 다음 날 땀흘리기 위한 운동기구처럼 땅을 대했다.
땅을 뒤집고, 파 헤치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시간도 번쩍 번쩍 흘러간다.
일할 때는 무념무상해 진다.
만일 텃밭이 없었더라면 도시생활을 털어내는데 훨씬 힘들었을것 같다.
어린시절 완전 쌩촌에서 자랐다.
그럼에도, 처음에는 텃밭에 작물을 심어 재배하는 것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다.
고등학교 이후로 도시적 감수성만 쫒아서 살다보니 농촌생활에 대한 감수성이나 지식을 완전히 잃었었다.

올해로 텃밭갈이 3년째다.
벌써 세번째 봄이다.
이 작은 땅에 심어 재배한 푸성귀들은 사실은 반도 소비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푸성귀를 심어 재배하는 일이 재미있다.
우선은 한 귀퉁이에 쑥갓과 열무씨앗을 뿌려 보았다.
지금이 그것들의 때인지 어쩐지도 모른다.
작년에 쓰고 남은 씨앗이 있었다.
설혹 때가 아니어도 새순이 터 올라오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