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술먹고놀기

주당선언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는 술을 극복하지 않기로 했다.
술이 나의 진정한 주인이다
술에 항복한다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일은 술먹고 놀기다.
얼마전까지는 술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 준다는 술에 대한 부정적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항상 술에 취해서 살았다.
술을 끊기 위해서 알코올 중독에 관련된 이런 저런 책들을 사서 읽기도 했더랬다.

결론은 내가 술을 먹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이런저런 일들을 생각해 보니, 꼭 술이 내 인생을 나쁜 쪽으로 이끌어 온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내가 술을 먹지 않았더라면 내 성격상 아마도 깐깐한 꼰대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남에 대한 이해도 협소하고, 물론 세상에 대한 생각도 엄숙해서 딱딱하게 모가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물론 술로 인해서 남에게 폐를 끼친 경우도 많이 있고, 돌보아야할 일상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다.

그런데 '술을 끊을려고 애쓰는 자체가 술에 대한 지배력을 인정하는게 아니냐'는, 무지하게 술 좋아하는 어떤 외국놈의 말을 듣고, 내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귀가 무지하게 얇은 내가 보인다)

그 놈과의 대화를 대충 옮기면 이렇다

' I can control Alchole, Alchole can control me and both of us can control each other'
(나는 술을 지배할 수 있고, 술도 나를 지배할 수 있고, 우리는 서로를 지배할 수 있다)

이 대화를 위에서 처럼 해석하는데는 몇 단계의 비약이 있다.

이 말을 듣고 거의 주신에 가까운 술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놈의 입장을 수용해서 술과 내가 함께 어울려 놀기로 했다.

그랬더니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술의 빈도도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술의 양도 줄었다.

이전의 술 마시는 양태
'왕창 술을 마시고 하루나 이틀정도 술마신것을 후회하면서 자책감에 휩싸여 시간을 보낸다.
하루나 이틀 정도 지나면 어떤 경로로든 술자리에 끼지 않을수가 없다.
술을 서너잔 마시면 술에 대한 심리적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다시 엄청 술을 마신다.
다음 날 다시 막심한 후회-----반복'

현재의 술마시는 양태
'욕망이 생기면 자제하지 않고 술을 마신다.
술마신 것에 대한 자책감이 없다.
욕망이 생기면 또 마신다'

이제야 내가 제대로 술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정말로 술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고,
지금은 술과 내가 적당히 어울려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은 아직도 여전히 술에 집착하는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