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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경치

한달동안 주말에만 술 먹는 일을 해 보았다.
술 먹기 시작한 이래로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주중에 술 안먹는 생활을 해보니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선명하게 보였다.
술꾼이 내 신체에 그려진 문신이었다.
내 신체에 새겨진 현실권력의 문양은 술이다.

예전에는 술꾼이면서 술꾼이라는 명확한 자의식이 없었다.
막연하게 내가 술에 지배당하고 있다고만 생각했었다
술과 일정하게 거리를 두니 술이 진정한 내 삶의 주인이었다는게 확연하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정색하고 술을 지배할 자신은 없다.
할 수 없다.
지금은 술을 모시면서 사는 수 밖에 없다.
술자리에서 흔히하는 말로 '주님'을 모실 수 밖에 없다.

대신 가능한한 집에서 조용하고 경건하게 모셔야겠다.
그게 술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cf) 술이라도 먹고 미쳐야지 별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