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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영화보기

메가마인드

개인적으로 드림웤스가 만든 영화에 대한 무한 존경심이 있다.
어렸을 때 디즈니 영화를 무지하게 많이 봤다.
영환지 동화책인지 구분도 확실하지 않지만.
디즈니 영화는 선악의 대비가 뚜렷하고 항상 선이 악을 이긴다고 말한다.
아니면, 무지하게 가난하지만 착하고 예쁜 여자애가 있는데 어쩌고 저쩌고 우여곡절을 거쳐 잘 생긴 왕자를 만나서 결혼해서 행복하고 땡, 뭐 이런 류의 이야기다.
흔한 말로 안봐도 비디오다.

그런 서사에 질렸는데, 어느 날 드림웤스의 파란괴물 영화 쉬렉을 보고 한순간에 맛이 갔다.
그 뒤로 쉬렉시리즈, 쿵푸팬더 등등 드림웤스의 작품은 무조건 다 봤다.
한마디로 언제나 대박이었다.
디즈니에서 쫒겨난 카젠버그가 거꾸로 디즈니를 집어삼켜 버린 형국이 만들어졌다.
드림웤스의 계속적인 성공은 결국 디즈니를 변화시켰다.
그 결과가 아마도 '개구리와 공주'일텐데, 디즈니가 만든 '개구리와 공주'는 드림웤스에 대한 항복문서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거꾸로 이제는 드림웤스가 비틀거리는 것 같다.
디즈니를 무너트리고 더 이상 맞서 이겨야 할 라이벌이 없는 상황이 드림웤스를 휘청거리게 만든다.
무차별적으로 디즈니를 패러디하면서 조롱하고, 가지고 놀아야 하는데 그런 라이벌이 없어져 버린 허당한 상황에 직면한 거다.
한마디로 메가마인드 자신의 언어로 말하면, 음-양의 조화가 깨져버렸다.

할리우드가 영화가 음-양 어쩌고하는 폼새는 정말로 웃긴다.
그것도 영화속에서 한자어 발음을 그대로 차용한다.
하여간 할리우드의 타문화 변용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점에서 이번 메가마인드는 쿵푸팬더의 상상력을 일정부분 흡수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쿵푸팬더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쿵푸팬더가 한자 또는 불교 문화에 대한 할리우드의 찬사라면, 메가마인드에서는 그저 재미있는 소재로만 사용한다.
슈퍼악당에게 음-양의 조화가 깨졌단 깨달음은 번민이라는 서사를 위한 그냥 장치다.
동아시아 문화를 흡수하되, 할리우드의 정체성은 흔들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결과로, 전작들이 악당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메가마인드에서는 번민한다.
드림웤스의 별로 번민하지 않는, 그저 인생을 재미있게 즐기는 그냥 악당과 다르다.
그것도 예쁜 디즈니 스타일의 여자가 그런 번민의 매개 고리로 등장한다.



결국, 돌고 돌아서 드림웤스가 새로운 디즈니로 등극한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아뭏든 이번 메가마인드에서도 드림웤스 특유의 패러디들은 정말로 기발하다.
킹콩, 배트맨, 수퍼맨 등등 수도 없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베꼈다.
아마도 패러디라는 관점에서 메가마인드를 보는것이 이 영화의 문화적 지형을 밝히는데 최고로 효과적인 방법일것이다.

그런점에서 말하자면, 드림웤스는 포스트모던한 문화현상의 여전한 최첨단 전사다.
스스로 창조하지 않고, 조롱하면서 기대어 만든다.
이게 여전한 드림웤스의 전략이고, 이것에 대한 고민 같은걸 언뜻 내비치는게 메가마인드다.

다음번에는 드림웤스가 시츰 뚝때고 정색하면서 고뇌에 찬 캐릭터를 만들까?
나도 악당들을 무찌르는 창조적 수퍼히어로야, 하고 짠 나타날까?
그러면 드림웤스가 진짜 디즈니가 되는 건가?

cf) 글을 써 놓고 보니 최악으로 난삽하다.
영화의 빠른 스피드, 밑도 끝도 없는 유머, 이런 말이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해석이 가능한 너무 많은 은유' 그런것들 때문이다.
그러니 이건 내 책임이 아니고 영화의 책임이다.
넘쳐나는 은유 때문에 메가마인드는 모든 형식을 부정한다.
그러므로 모든 형식에 열려있다.
그렇다면 이런게 진짜 좋은 영환가?
들뢰즌가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던데!
그게 맞나?
에이 모르겠다.
술이나 먹으러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