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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영화보기

대한민국 사용후기 : 스콧 버거슨

2006. 03. 20



대한민국 사용후기(J. 스콧 버거슨)

언젠가 TV에서 이 사람을 다룬 다큐를 본적이 있다.
한국에 들어와 사는 범상하지 않은 미국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가 쓴 책을 읽어 보니 그때의 범상치 않음이 새삼스럽다.

책 표지 하단부에 '경고. 고집스럽게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 책을 읽지 마십시오'라고 써 있다.서문은 더 가관이다.
한국에 살면서 사귄 예쁜 여자한테 채여서, 그것 때문에 한이 맺혀서 한국을 증오한단다.
개인의 사적인 경험을 자신의 논리를 정초하는 근거로 당당하게 내세우고 있다.

대부분의 저자들은 저명한 누군가을 자기 논리의 근거로 삼는다.
공자가 어쩌고 하면서, 선행한 누군가를 재차 번역하는 형식으로 발언한다.
그래서 이런식의 글 쓰기는 신선하면서도 재미있다.

책장을 더 넘기면 그의 글쓰기가, 우리의 주류적인 글쟁이들과는 다른 실험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시킨다.

책의 후반부는 인터뷰형식의 대화에 할애하고 있고, 어떤 인터뷰는 인터넷 메신저로 시시껄렁하게 다른 외국인과 주고 밭은 메시지를 그대로 클릭해서 붙여놓았다.

이런식의 글쓰기가 그가 말하고 싶은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새로운 주장은 그것을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을 모색하게 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책의 형식이 아니라 책의 내용도 상당히 파격적이다.

그중 특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은 '한국인의 국수주의적 태도'이다.
나도 외국어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한국인들이 대단히 협소한 국수주의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걸 이런저런 경험속에서 느켰었다.
실제 외국인의 생생한 경험으로 그런 주장을 접하니 새삼 한국인의 그런 태도들이 문제의식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일본인들이 국가(히노마루)나 일장기를 공적인 의례에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그것이 파시즘과 군국주의의 부활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우리 자신의 국수주의적 성향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공적의례에서 사용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 같은 것은 이 지구상에 존재했던 어떤 전체주의나 파시즘 보다도 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문제제기하지 않는다.
우리사회가 그 만큼 파시즘적이라는 것에 대한 반증이다.

이 책의 형식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가 한국에 살면서 보고 느낀점을 표현하고자 발행했다는 1인 언론 형태인 zine(개인이 펴낸 비상업적 대안 잡지)이라는 매체다.
책속에 이 매체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가 이런 매체를 실제로 상상하고, 그것을 현실속에서 구체화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나는 그의 나이였을때 외부환경만 탓하면서 살았다.
그는 현실을 핑계 삼아 도피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땀으로 현실에 파열구를 내면서 치열하게 살았다.
그의 실험적 도전정신이 부럽다.

www.kingbaeksu.com에 가면 그가 발행했다는 1인 언론매체 zine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한번 구경해보는 것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