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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로 쓰인 행복론 : 부사론 3

내가 내게 허락하는 행복

인사가 채 끝나기 전에 상처는 예감 되지만, 그 상처의 길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인간의 운명이다. 마치, 어두운 방안에서 깨달은 것을 밝은 길 위에서 놓치듯, 말이다. 구조와 패턴의 인과성은 환하게 보이더라도, 개인의 이치를 설명하는 인과율은 어디에도 없는것.
, 개인은 영원히 어리석다.

실은, 너를 만나는 일이 재난인 줄 알고 만난다. 그리고 그 재난이 어떤 종류의 반복인 사실도 안다. 정작 내가 모르는 것은, 그 재난을 회피할 정도로 내가 내게 행복을 허락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동무론.P.13)
.

김영민의 "동무론"을 펼치면 첫 페이지에 쓰인 글이다.
부사 천국이다.
무슨 말을 하는건지 좀 어렵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스티븐킹이 말하듯 감정의 과잉으로 유치함이 넘치는건 아니다.
개인적인 판단이겠지만, 오히려 절제와 품격의 아우라가 있다.
킹의 말 처럼 부사를 많이 쓴다고 모든 글이 엉망이 되는가?
그건 그의 편견이다.
항상 그렇듯, 문제는 어떻게 잘 사용하는냐는 거다.
그러니 그의 말에 현혹될 일이 아니다.

여하튼 인용한 글에 대한 주관적 독해를 말하라면, 세속에서 상처는 불가피하고, 상처 없음과 행복과는 아무런 인과관계도 없다는 말이다.
뒤집어서, 상처와 불행과도 아무런 인과가 없다.
상처란 단지 어리석음이다.


"동무론'에 쓰인 김영민의 글은 우리말의 새로운 경지다.
갈고 닦아서 우리말을 새롭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세상의 어느 누가 이렇게 매력적인 글을 만들수 있을까?
한글이 우리에게 축복이라면, 김영민 같은 사람들의 공헌이다.
호들갑 떤다고 타박할 수 있겠지만, 네게는 그렇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