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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영화보기

남자들 쓸쓸하다 : 박범신

2005. 12. 28.


 


박범신의 '남자들 참 쓸쓸하다'라는 책을 읽었다.
책읽고 독후감 쓰기는 일종의 고행이다.
원래 책읽기를 시간 때우기 위한 방편으로 하기 때문에 시간 잘 보냈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읽고 있는 내내 마음 한편을 불편하게 했다.
책장을 다 덮고 나서야 그걸 알았다.
그는 남자들 참 쓸쓸하다고 말하면서 쓸쓸하지 않은 자신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것이 내 촉수를 자꾸 건드렸던것 같다.

그는 이 시대의 누구 보다도 행복하고,
누구 보다도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그걸 요구할 수 있는 문화적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쓸쓸하다고 말하는 것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그의 쓸쓸하다는 말을 자꾸 밀어내고 있었다.

자신의 고독과 정면으로 대면하기 위해서 떠난,
히말리야 깊은 산속에서,
그는 명망있는 소설가로서 이 세상과 맺고 있는 관계들의 끈에 집착하고 있었다.

정녕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독하지 않은 존재였다.
그의 책을 보면서 자꾸 내 모습을 대면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람들이 내가 결핍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누구 보다도 풍족한 관계들을 가지고 있음을 최근에야 알았다.

내가 심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얼마나 풍족한지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쓸쓸하다고 느켰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 결핍감은 어쩌면 그것이 만들어 내는,
허무한 분위기를 내가 추구하면서 만들어낸 가면인지도 모른다.
그의 책을 보면서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의 텍스트는 모방이다.
이 시대의 쓸쓸함과 소외들에 가장 멀리 있으면서,
그것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처럼 분장한 !

그렇다면 나도 살제와 택스트가 다른 사기꾼 임에 틀림 없다.
나는 지금까지 사기꾼으로 살아왔다.

그의 책을 읽고나서 느킨점이다

그의 불일치가 나의 불일치를 깨닫게 했다.
이게 그의 전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