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정보화 체제 - 안녕못하지요 안녕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있다. 형식은 구태한데, 어투나 내용은 완전히 새롭다. 이게 인터넷이라는 매체와 결합하면서 단 몇일만에 완전히 새로운 문체로 등장했다. 이런 실험이 구태하고 느려터진 학교에서도 가능할까? 급하게 얼마전 조그만 모임에서 중언부언 발표했던 글을 발췌해서 올려본다. 이런 일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안녕하냐?'에 대한 질문을 자신에게 묻는 일이고, 그 질문에 나름의 대답을 궁리하는 것이다. 정보화된 학교의 통제체제를 통과하는 방법에 대한 시론. 1. 배경 학교현장의 정보화가 지난 십여년간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그런 정보화는 교사와 학생의 개별화를 통한 관리-감독체계를 유연하고 세련되게 강화시켰다. 결과로, 현장의 교사나 학생들은 모두 개별화 파편화 되어 서로 경.. 더보기 비극 비극은 인간을 정화시킨다. 그리이스 비극의 전형은 비극적 운명의 제물로 전락하는 위대한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운명을 극복하지 못하는 위대한 인간이란 말이 모순처럼 읽힌다. 그럼에도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은 비극적 체험을 통해서만 진정으로 성숙해지기 때문이다. 확실히, 오이디푸스 왕의 그리고 안티고네 공주의 비극은 사람을 겸허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왕도 아니고 공주는 더더욱 아닌 나는 그러므로 비극을 체험할 일도 없고, 그래서 위대해질 일도 없다. 참 다행이다. 쪼잔하게 일상의 행복을 누리기도 너무 바쁜데, 위대한 비극적 체험을 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그런 나는 천상 경박한 나르시즘의 늪에서 허우적 대는게 필연이다. 그런 경박한 나르시즘이라도 안정되게 즐길려면, 인간에 대한 최.. 더보기 질문 But the real question is, Can you handle mine? I see nothing wrong in spreading myself around.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당신이 내 진실을 감당할 수 있는가? 라는 것이다. 나를 여기저기에 널어놓는 게 왜 문제인가 ?) (내 맘대로 살거야. 왜 사람들이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그래. 난 그런것에 신경안써.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해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My Prerogative'의 대략적인 노래 내용) 여자들의 도발성은 무엇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 가부장적 체제의 요구를 비켜가는, 체제라는.. 더보기 제주도 자전거여행 완도항에서 제주항으로 가는 10/02일(수요일) 오후 4시 배. 여행을 떠나기 직전이 가장 설레는 시간이다. 물론 여정이 시작되면 개고생도 함께 출발한다. 배 꽁무니에서 찍혀 나오는 배의 발자국. 마치 눈길을 지우고 가는 것 같은, 육지의 과거를 지우고, 알 수 없는 새로운 세계 미래로 떠나는 느낌을 준다. 포말처럼 금방 사라지는 과거, 그리고 넓게 펼쳐진 망망대해의 미래 라는 환영. 환영이라 환상이겠지. 실제로는 과거는 포말이 아니라 단단한 근육이다. 신체의 어딘가에 견고하게 남아있는, 그래서 몸은 그 사람의 역사다. 제주항에 이미 사위가 깜깜해진 한밤에 도착해서, 쎄빠지게 달려서 한림까지 왔다. 한림항에 도착하니 칠흑 같은 오밤중이었다. 그 시간에 한림항 부두에서 그물에 걸린 조기를 털어내는 작업에 .. 더보기 몸이 좋은 사람 내 친구 신사덕이다. 김영민의 '몸이 좋은 사람'이라는 개념에 딱 맞춤한 인물이다. 사덕이는 '의도 - 생각 - 언어'에 갇혀 있지 앉고, 항상 몸을 먼저 움직인다. '의도 - 생각 - 언어' 보다 몸이 빠르다. 세속적 기준으로 보자면 그는 의도도 없고, 생각도 없고, 언어(말)도 없는 바보다. 단지 몸이 빠른, 무언가를 꼼지락 꼼지락 거리는 일의 천재다. '의도-생각-언어'의 바보, '몸'의 천재 사덕이. 내게 교직생활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를 꼽으라면, 사덕이와 같이 일하던 시절이다. 몸이 나쁜 나에게 몸이 좋은 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일깨워 주었다. 20여년도 더 된 옛날에 같이 잠깐 동안 보따리 장사를 했다. 쪽 팔려서 양말 하나도 못팔던 나에 비해서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길거리에서 사덕이는 우렁차.. 더보기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9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