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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자전거 예전에 기어변속도 잘 안되는 십만원 주고 산 동네 자전거를 데리고 무려 18일에 걸쳐서 전국 일주를 했다. 도중에 동해안길에서 일흔도 더 됐을거 같은 할아버지와 잠깐 같이 동행을 했다. 그이는 강릉에서 부산까지 가는 길이라면서 앞장설테니 따라오라 했다. 당시에 40대였던 나는 그 할아버지의 말에 하품이 나왔다. 냉큼 앞장서서 내 달렸다. 30분도 못 되어 나는 헉헉거리고 있었고, 그 할아버지는 슥슥 나를 앞질러 갔다. 무식한 힘만 가지고는 따라 잡을 도리가 없음을 직감으로 알았다. 그때 이후로 좋은 자전거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아마도 당분간은 더 이상 좋은 자전거에 대한 열망은 없을 것이다. 프레임 전체가 카본이고, 디스크 부레이크고, 아주 부드러운 샥도 달려있다. 무엇보다 좋은건 정말로 자전거가 스으.. 더보기
새 차 베르나를 10년 탔더니 차가 꼬질꼬질 해졌다. 처음에는 작지만 으리번쩍했는데, 시간에 닳지 않는 것은 없다. 차를 바꿀까?라고 몇년을 고민하던 중인데, 출근길에 차가 섰다. '드디어' '할 수 없군' '잘됐어'라는 생각들이 동시에 몸 속에서 부글거렸다. 엑센트가 연비가 좋다는 말에, 뚝딱 검색을 하고 그날로 매장에 갔다. 직원이 승용차를 디젤로 사면 몇년안가 후회한다고 이왕 사는거 쫌 더 비싼거 사라고 꼬드겼다. 귀가 얍상해서 금방 넘어갔다. 아니면 발만 걸어주면 자빠질 준비가 이미 되어있었을 거다. 눈이 짝 찢어진게 싸나운 계집 같다. 잘 타야겠다. ㅋㅋ. 유머 됐을까? 더보기
야간자율학습 새로 학교를 옮기고 입시교육의 첨병노릇을 한다. 강제 야자-보충과 불화하느라 98년 인문계고를 떠난 이래로 16년을 시골과 실업계학교로만 돌았다. 이제는 쫌 다르게 인문계학교에 적응할 것 같아서 시내에 있는 일반계고로 옮겼다. 보충수업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입시교육을 빌미로 밀어 붙이는 힘을 감당해낼 재간이 없다. 야자는 옛날에 비해서 그래도 강제가 아니라 자율학습의 형태를 그런대로 지키고 있다. 우리반 같은 경우 30여명의 학생중에서 다른 활동을 원하는 경우 대부분 하교를 허락해 준다. 남는 15명 정도의 아이들을 데리고 말 그대로 진짜 자율학습을 시킬려고 노력한다. 아래는 그런 노력의 일부분이다. 중간고사 끝나고 첫날입니다. 고등학교 입학하던 당시의 어설픈 다짐들도 이제 많이 달아져서 너덜너.. 더보기
결핍 결핍이 창의적 삶의 중요한 에너지라는 걸 알만큼은 현명하다. 또한 결핍없는 삶이 얼마나 안락하고 편한지도 잘 안다. 왜냐하면, 내가 요즘 결핍이 하나도 없는 삶을 산다. 돈 - 직장 - 사람 - 명예 등 모든걸 다 가졌다. 결핍은 삶의 부패를 방지하는 일종의 소금 같은 건데, 결핍이 없으니 자연히 내 삶이 부패하는 걸 느낀다. 그럼에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데, 다만 바라는게 있다면 잘 썩기만을 바랄뿐이다. 산다는 것 자체가 부패의 과정인데, 어찌 그걸 피할 수 있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정당화하면서 산다. 잘 썩어서 거름으로 라도 쓰일 수 있기만을 바랄뿐이다. 더보기
천국에서 - 김사과 얼마전에 김사과의 '천국에서'를 읽었다. 메모지에 그럴듯한 내용들을 받아 쓰며 꼼꼼하게 읽었다. 그럼에도 두어달 지나니 아무런 내용도 생각나지 않는다. 메모지도 잊었고, 기억도 잃었다.. 기억에 선명한 오직 한마디는 --- 패션잡지 용 불온함 --- 이다. 아마도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라 그럴 것이다. 내가 요즘 이런 정도로 산다. 불온하긴 한데, 그게 전혀 현실에 도발적이지 않은 불온함이다. 멋진 치장을 위한 불온함. 그러면 이게 불온하다는 건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김사과도 그런 불온함을 많이 잃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초기의 '미나' 같은 작품에서 보이던 앙팡테러블이 더 이상 아니다. 좋게 말해서 쫌 성숙해졌다고 해야하나? 하기야 앙팡테러블로 평생 작품활동을 할 수는 없을것이다. 그럼에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