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훔쳤나? - 도둑은 누구인가? 지난 봄에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동료 직원 p가 밭을 일궜다. 그 땅은 버려져 있었고, 누구도 그곳에서 작물이 자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한평 남짓한 그 땅을 점심 시간마다 p는 호미를 들고 갈았다. 돌도 골라내고, 고랑도 만들고, 물도 주고, 거름도 주었다. 첨엔 시들하던 고추 오이 토마토 가지 등이 이내 실하게 자라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봄날 어디에도 p의 성실한 노동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구석진 시골 학교에 버려진 땅은 지천이고, 그 한모퉁이를 돌보는 일이 무슨 대단한 일일까? 그럼에도, 잠깐씩이지만 매일 매일 10-20 분의 노동을 p는 빠트리지 않고 지속했다. 날이 더워지면서 일조량이 늘어나고, 결실이 맺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 오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참외가 열렸다. 약.. 더보기 꽃 놀이 지난 봄에 꽃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 중 이 둘은 계속 머리속에 남아있다. 이렇게 예쁜 노란색과 보라색이 있었다니! 밑에 있는 보라색 엉겅퀴 꽃은 땀이 베어있다. 자전거를 타고 흭 지나쳤는데, 계속, 다시 돌아와서 날 보라고 유혹했다. 그 유혹을 못 이기고 발길을 돌려 다시 찾아갔다. 십여리를 되돌아 갔다. 지난 봄을 이런 꽃 사진을 찍으면서 보냈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하는건, 내 속의 어딘가에 있는 한량 기질의 귀환이다. 천하에 나 같이 태평하고 무사하고 안일한 사람이 있을까? 물론 그런 무사태평한 성격이 체계의 코드를 빗겨, 세상의 이면을 보게하는 힘이라는 것도 잘 안다. 원인과 결과를 뒤집었다. 거꾸로 보자면, 세상의 이면을 보는 힘이 무사태평한 성격을 만들었을 것이다. 너무 나르시스틱 한 해석인.. 더보기 마침 놀만한디!(또노라9) 합천 - 부산 아침 일찍 합천을 출발했다. 오늘은 기어코 부산에 도착해서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작심했다. 창녕 남지에 도착하니 10시 쫌 넘었다. 바로 코 앞이 창원이다. 창원으로 가서 여행을 끝낼까?라는 유혹에 흔들렸다. 에이 그냥 부산으로 가자고 마음을 달랬다. 내가 하는 일이 대부분 처음은 창대하나, 끝이 뱀꼬리다. 겁나 어려운 한자 말로 용두사미다. 유머 되나? 요번 만은 끝을 창대하게 하자고 발을 살살 꼬셨다. 마음 보다는 차라리 내 발에 더 신뢰가 간다. 함안보에 도착하니 아직도 부산이 91km가 남았다. 아까 창원쪽으로 빠질걸 후회했다. 꼼수로라도 잔차질을 빨리 끝내고 싶은 욕망은 끝이 없다. 대가리 처 박고 땅만 보면서 페달을 굴렸다. 날은 덥고 하늘은 쨍쨍하고, 숨이 막힌다. 어찌 어찌 .. 더보기 또 - 논다8(또노라8) 대구 - 합천(성사리) 대구 - 합천 구간에서 세번의 길을 잃음. 한번 : 대구 - 영천(금호강) 대구 달서지역 강천보 근처에서 금호강을 따라갔다. 금호강을 따라 물길을 거슬러 가는 길이니 약간의 오르막 길이다. 그 길을 따라 무려 30km를 내 달렸다. 아침이라 몸 상태가 좋았다. 아무리 가도 낙동강 길이라는 표지는 안 나오고 느닺없이 영천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급히 지도검색을 해보니 금호강은 영천-포항 방향쪽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길 이었다. 할 수 없이 자전거를 돌려 오던길을 되돌아 왔다. 오전내내 헛힘만 썼다. 이 나이에 무식하게 힘만 쎄서 큰 탈이다. 두번 : 강천보 - MTB 자전거 도로. 강천보에서 합천보 까지 편한 도로를 이용하면 평지를 한시간 정도 달리면 된단다. 근데, 길을 잘못 들어 산.. 더보기 또 - 논다7(또노라7) 문경시-상주-구미-대구 하루종일 폭풍 질주를 했다. 어제 까먹은 거리를 땜빵할려고, 필사적으로 내달렸다.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대충 160km를 달린 것 같다. 시간도 너무 늦고 피곤하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짜증도 난다. 슬슬 이 지랄도 끝내야 할 때가 돼가는 모양이다. 상주에 막 들어오면 경천유원지가 있는데 그곳 매점에서 수제 냉커피를 마셨다. 2000원 인데 시럽을 20번 정도 꾹꾹 눌러서 아주 달달하게 만들었다. 햇볕이 쨍쨍나는 한낮의 질풍라이딩으로 칼로리가 다 소진됐는데, 이걸로 대충 보충이 됐다. 아침에 문경 김밥집에서 라면과 김밥을 먹었다. 그 김밥집에서 점심으로 김밥 두줄을 준비했다. 그걸 의령 어디쯤의 높은 정자에서 먹었다. 아래 사진은 그 정자에서 내려다 본 풍경. 낙동강 자전거 길 곳.. 더보기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9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