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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작년 여름 부산 해운대 시장입구의 야경이다. 술집 천지인데, 유독 기네스가 눈에 들어왔다. 찍어 놓고 보니, 기네스 호가든 선토리 광고가 나란히 있다. 그래도 내 눈에는 기네스가 제일 선명하다. 아마도 익숙해서 그럴것이다. 아직도 팔팔했던 막 사십줄에, 달랑 배낭하나로 영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당시에, 펍에 가면 제일 인기있는 술이 기네스였다.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당시에도 알콜에 쩔어 살던 시절인지라 자연스럽게 날마다 기네스를 마셨다. 걸쭉한 막걸리 같고 쓰기만 하던 이게 10여년이 훨씬 지난 요즘에는 입술에 달달하게 닿는다. 아마도 추억이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역시 시간만큼 강한놈은 없다. 잔뜩 기네스 선전한 모양새가 되었다. 기네스에서 광고한 댓가로 돈이라도 받아야겠다. 더보기
지식인과 심층 근대화 김영민의 책을 시간을 거슬러 거꾸로 읽는다. 동무론 3부작 직전의 문제 의식이 엿보인다. 이런 식의 책 읽기는 일종의 훔쳐보기 비슷한 재미가 있다. '지식인과 심층근대화'는 그가 서구의 지적 세례를 씻어 내고자 하는 문제의식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지금 여기에 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금 여기 한국의 문제를 한국어로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건 근대적합리성을 성숙시켜야 한다는 주장인데, 그게 심층근대화라는 과제다. 생생한 실제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현실은 합리성의 성숙이 아니고, 봉건적 비합리성의 심화이다. 심층근대성은 봉건적 비합리성이란 두개의 거대한 박정희 사이에 겨우 새싹을 돋우고 있다. 이게 살아 남아서 두개의 거대한 기둥을 썩은 둥치로 만들 수 있을까? 그에게 묻고싶다. 더보기
상처 살면서 상처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상처 없는 삶이란 불가능 하고, 상처 없는 아름다움도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상처를 대하는 태도인데, 상처에서 새 살이 돋아나도록 하는게 삶의 능력이다. 김영민 식으로 말하면, 반복적 또는 연극적 수행으로 상처를 새로운 삶의 무뉘로 만드는게 세속의 삶이다. 유시화 식으로 말하면, 한번도 상처 받지 않은것 처럼 순진무구하게 그리고 용감하게 사랑해야 한다. 써 놓고 보니, 그게 그 말이다. 새순이 돋았는데, 이건 상처에 대한 위로일까? 더보기
석양 해남에서 목포로 건너오는 길목에 호수가 하나 있다. 가끔 가을녁 퇴근 시간에 아름다운 석양과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 더보기
세월호 - 지식인의 탄생 말 없는 자들의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지식인은 태어난다. 사회적 역사적 정치적 지평속에서 자신의 고통을 해석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언어라는 굿거리를 부여하면서 지식인은 태어난다. 그러므로 지식인은 일종의 무당이다. 해마다 말없이 죽어 나가는 사백여명에 달하는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누구도 제대로 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현실에 눈감고 있거나 아니면 현실을 제대로 느끼는 감수성 자체를 상실해 버린 불감증 환자들이다. 그러므로 세월호는 이미 날마다 일어나고 있있고, 그것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한국사회는 이미 불구의 상태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도 제대로 굿거리를 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유연한 일상적 파시즘이 차분하게 현실에 정착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거의 버릇이 되다시피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