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기어변속도 잘 안되는 십만원 주고 산 동네 자전거를 데리고 무려 18일에 걸쳐서 전국 일주를 했다.
도중에 동해안길에서 일흔도 더 됐을거 같은 할아버지와 잠깐 같이 동행을 했다.
그이는 강릉에서 부산까지 가는 길이라면서 앞장설테니 따라오라 했다.
당시에 40대였던 나는 그 할아버지의 말에 하품이 나왔다.
냉큼 앞장서서 내 달렸다.
30분도 못 되어 나는 헉헉거리고 있었고, 그 할아버지는 슥슥 나를 앞질러 갔다.
무식한 힘만 가지고는 따라 잡을 도리가 없음을 직감으로 알았다.
그때 이후로 좋은 자전거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아마도 당분간은 더 이상 좋은 자전거에 대한 열망은 없을 것이다.
프레임 전체가 카본이고, 디스크 부레이크고, 아주 부드러운 샥도 달려있다.
무엇보다 좋은건 정말로 자전거가 스으윽 스으윽 아주 가벼운 깃털처럼 날아간다는 점이다.
'신밧드'의 지니가 다루는 날아 다니는 양탄자가 있다면, 아마 내 자전거의 느낌이지 않을까?
무슨 말이냐면, 부드럽고 유연하게 그리고 천천히 접촉해야 한다.
그래야 부드럽게 태워준다.
전체적으로 기능이 예민해서 쫌 거칠게 다루면 바로 떨어트린다.
자꾸 말이 헛나가서 그만, 뚝.
봄이 익어서 여름이 되었다.
다 계절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