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술먹기 또는 놀기

또 - 논다8(또노라8)

대구 - 합천(성사리)

대구 - 합천 구간에서 세번의 길을 잃음.

한번 : 대구 - 영천(금호강)

대구 달서지역 강천보 근처에서 금호강을 따라갔다.

금호강을 따라 물길을 거슬러 가는 길이니 약간의 오르막 길이다.

그 길을 따라 무려 30km를 내 달렸다.

아침이라 몸 상태가 좋았다.

아무리 가도 낙동강 길이라는 표지는 안 나오고 느닺없이 영천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급히 지도검색을 해보니 금호강은 영천-포항 방향쪽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길 이었다.

할 수 없이 자전거를 돌려 오던길을 되돌아 왔다.

오전내내 헛힘만 썼다.

이 나이에 무식하게 힘만 쎄서 큰 탈이다.

 

두번 : 강천보 - MTB 자전거 도로.

강천보에서 합천보 까지 편한 도로를 이용하면 평지를 한시간 정도 달리면 된단다.

근데, 길을 잘못 들어 산악자전거 통로로 들어섰다.

12KM 짜리 산악자전거 통로만 무려 네시간 짜리다.

아이고 이제는 자전거 끌고 터벅 터벅 걸어갈 힘도 없다.

 

세번 : 무심사 뒷산 길

낙동강 자전거 길에서 이탈하는 코스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자전거는 내 의지와 관계없이 달린다.

이 놈이 이제 자생의 의지를 가진 생명체가 된게 틀림없다.

무생물도 세월의 힘으로 생명체가 된다.

이끄는 데로 가니 무심사라는 절이 나온다.

아침에 컵라면을 먹은 이후로 한끼의 식사도 못했다.

무심사에서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무료공양을 해 주는 곳이 있다.

그곳에 들어가 밥을 달라고 청했다.

허겁 지겁 배를 채우고 밖을 보니 이미 석양이 벌게졌다.

다시 자전거를 끌고 무심사 뒷길에 들어서니 또 다른 산악자전거 코스다.

이미 도를 득한 무심한 상황이라, 탈진한 상태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 코스를 마무리했다.

평지로 내려오니 이미 어둑해졌다.

문제는 평지로 내려오니 무심한 상태가 유심한 상태로 바로 바뀌었다.

도를 득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냥 잠시 뿐이었다.

도가 그렇게 쉽게 읽혀지면, 세상 사람 모두가 이미 도인이 되었을 것이다.

괜한 헛된 깨달음일랑 무심하게 잃어버리자.

나는 유심한 마음으로 세속에 찌들어 사는게 훨씬 좋다. ㅋㅋ.

 

 

대구 근교 하빈을 지나면 다사리 라는 곳이 나온다. 다사리에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피시방에 들어가 블로그에 포스팅을 했다. 밤 11시 가까이 되었다. 그 시간에 식당에 들어가 밥 되냐고 물으니 갈비탕은 가능하단다.< 대구 다사리 갈비탕 >

 

이곳에서 첫번째로 길을 잃었다.

자전거 진행방향으로 가면 금호강을 따라 영천-포항쪽으로 간다.

뒤 쪽에 보이는 보를 건너야 낙동강 종주 자전거 길이 계속 진행된다.

세상을 살면서 길을 잃는게 한두번 이겠냐 만은, 오늘 같이 뜨뜻 더운날 그러는건 쫌 가혹하다.

길을 잃고 헤메더라도 쫌 션 할 때 그러면 좀 좋나!

잘 알제이잉.

무슨 말이냐면 엄청 곤죽이 되도록 길을 잃어 고생했다.

대구에서 왜 길을 잃은지는 아마도 내 무의식만 알 것이다.

무의식을 들여다 보는 의식이라, 말이 한참 틀렸다..

무의식과 의식을 동시에 소통시킬 줄 알아야 쫌이라도 공부가 된 거다.

무의식과 의식을 자유롭게 동시에 사용할 줄 알아야, 그제야 뭔가가 된 거다.

그 전에는 그저 세속이 파 놓은 홈패인 길에서 옴쭉 달싹을 못하는, 세속의 코드에 체포된 상태다.

 

 무심사에서 얻어먹은 밥 한그릇.

너무 깨끗하다. 아마 전생에 거지였었나 보나. 내 피속에는 거지근성이 있다. 아무 꺼리낌 없이 밥 내놓으라고 천연덕스럽게 요구했다. 부억 테이블에 있는 떡도 그냥 내 것처럼 먹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이렇게 친절을 흔쾌히 받을 줄 알아야, 남에게 친절을 흔쾌히 베풀 수 있어,라고 내 자신을 정당화시키는 모습을 보았다. 아직도 세속의 규범에 잘 길들여 있는 내 자신을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말이냐면 아직 도를 득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