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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과 해임에 붙여! 과거로 불려가다.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라는 영화가 있었다. 다 잊었는데, 단 하나 기억이 선명한게 있다. 극중 잘나가는 영화감독의 작품이 모두 할리우드 영화의 짜집기라는 폭로다. 감독 자신도 모르는 걸 누군가가 찝어낸다. 조목조목, 이건 어느 영화 어느 장면을 모방한게요,라고. 자신만의 독창성을 신뢰하던 감독은 결국 무너진다. 동시에, 나도 영화를 보고 넉나간 듯한 정서에 휩싸였다. 우리는 결국 할리우드의 자식들이다. 제아무리 날고 뛰어봐야 할리우드 영화의 서사속에서 분주할 뿐이다. 부처님 손바닥이란 할리우드의 이미지들이 넘쳐나는 스크린이다. 족히 십수년전의 영화다. 뒤돌아 보면, 한국영화가 엄혹한 군부-파시즘 체제의 족쇄에서 풀리면서 나온 영화다. 검열체제에서는 창작이라는게 불가능하다. 제도로서 검.. 더보기
네그리에 대한 단상 "Empire" / "Mulitude"의 후유증 실없이, 지난 여름과 가을을 몽탕 털어서 네그리를 쫒아 다녔다. 새로운 신흥종교에 빨려든 광신도 마냥 그를 읽어내는데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헛헛함을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다른 하나는 텍스트가 주는 지적 허영심에 대한 위안이다. 영어로 쓰여진 텍스트란 선이 가늘고 긴 세련된 도시의 여자다. 영어로 사유한다는 것은 촌놈을 도시의 부루주아적 지식인으로 꾸미는 장치다. 세상에 쓸모없는 일이란 없듯이, 그런 허영을 채움으로서 부허한 실존이 선명해진다. 더불어, 네그리를 현실에 충실하게 읽을 길이 얼핏 보인다. 삶의 풍경이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모두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공통으로 존재한다. 공통으로 생산한다. 공통으로 사유한다. 살아간다는 것.. 더보기
헬보이 2 헬보이가 달라졌다. 1편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던 모습이 사라졌다. 어깨에 힘이 팍 실렸다. 고민하던 캐릭터에서 거들먹거리는 캐릭터로 변신했다. 시가를 즐기고. 샤워후에 맥주캔을 껄렁하게 들이키고. 결혼도 했고. 정부 기관의 신뢰 받는 비밀요원이다. 헬보이 마누라도 변했다. 1편에서의 창백한 이미지가 전투적인 아마조네스로 확 바꿔졌다. 현실에 뿌리내리면 모두가 보수적인 기득권자가 되는 걸까 ? 대개 시리즈물들이 처음에 시장에 진입할 때는 사회적 문제의식들을 설정한다. 그게 시장에 제대로 안착한다. 다음에는 그 문제의식이 거꾸로 현실을 규정하는 기득권적 힘으로 작동한다. 김영민의 말을 빌자면 역설(力說)이 역설(逆說)로 변하는 것 같다. 세상이란 얼마나 역설적인가 ? 자유란 규제 속에서만 의미가.. 더보기
홍상수 영화 또는 남자들의 찌질함 남성 책상물림들의 애로티시즘에 관한 영화? 홍상수 영화. 최근에 홍상수영화들을 여기 저기서 주워다 보면서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특히 남성들은 왜 그렇게 찌질한지! 홍상수가 하려는 말은 단순하다. 우리 모두는 찌질하다. 찌질함이 현실의 진짜 모습이다. 그는 현실의 찌질함을 천연덕스럽게 까발긴다. 배우도, 카메라도, 풍경도 현실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너무 작위가 없어 그게 차라리 작위적으로 보인다. 사건을 드라마적인 끈으로 묶지 않고 그냥 아무렇게나 펼쳐보인다. 홍상수는 그게 오히려 진짜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드라마적인 끈이란 인간의 두뇌가 길들여진 사고방식이다. 그걸 해체시키면 남는건 사건들의 맥락없는 분출이다. 그의 영화에는 사건들이 느닺없이 분출한다. 우연.. 더보기
다중 - 서문 오늘날 민주주의는 전세계에 걸친 갈등과 전쟁상태로 인해 심각한 위협에 놓여있다. 전통적으로 민주주의는 위기의 시기에 유예된다. 끝없이 계속되는 전지구적 전쟁상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이다. 전지구적 전쟁상태로서 지구질서는 새로운 국면이다. 과거의 전쟁은 주권국가들간의 전쟁이었다. 오늘날의 전쟁은 주권국가들간의 전쟁이라는 인식으로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새로운 형태의 전지구적 주권체가 작동하고 있다. 그걸 한단어로 명명하자면 제국(Empire)이다. 이 새로운 주권체는 네트워크적 주권체다. 일국적 주권체가 아니고 전세계에 네트워크 형태로 존재한다. 미국을 Empire라고 부를때 따라서 미국은 북아메리카의 지역적 특정 부분을 지칭하지 않는다. 한국의 서울도 제국의 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