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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갈이 날씨가 정말 좋다. 햇빛이 쨍쨍하고, 공기는 나른하다. 허름한 작업복에 다 떨어진 운동화를 신고 뒤뜰로 나갔다. 겨우내 묵혀 두었던 텃밭을 갈아 엎었다. 그새 이런저런 잡풀들이 무성하다. 10평도 안되는 작은 땅을 쇠스랑으로 갈아 엎는 일에 땀이 난다. 텃밭에서 일할 때마다 놀란다. 이 작은 땅이 적잖은 노동력을 요구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일주일만 손을 안봐도 잡풀이 무성하다. 도시에서 살다가 처음 이곳에 와서, 술먹은 다음 날 땀흘리기 위한 운동기구처럼 땅을 대했다. 땅을 뒤집고, 파 헤치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시간도 번쩍 번쩍 흘러간다. 일할 때는 무념무상해 진다. 만일 텃밭이 없었더라면 도시생활을 털어내는데 훨씬 힘들었을것 같다. 어린시절 완전 쌩촌에서 자랐다. 그럼에도, 처음에는 .. 더보기
다짐 변화에 대한 열망은 차고 넘친다. 그게 가능하다는 믿음도 확인했다. 그걸 현실권력으로 뒷 받침하자는 지지도 확인했다. 그럼에도 정작 내 자신의 신념이 부족해서 그걸 현실화하는데 실패했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기회는 널려 있다. 더보기
자본의 붕괴(윤소영) 윤소영은 2012년이 자본의 붕괴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마르크스와 동일하게 그는 자본을 자율적으로 운동하는 인격적 주체로 간주한다. 자본은 자신의 운동을 방해하는 현실들을 극복하면서 역사속에서 펼쳐진다. 이런 펼침, 즉 자본의 운동은 자본의 이윤창출이 기본동력이다. 자본의 펼침, 다른 말로 자본의 운동과정을 윤소영은 이윤율 변화과정에 대한 추적으로 보여준다. 이윤율 변화과정은 정교한 수학적 모델로 제시된다. 그는 수학적 모델로 형식화되지 않는 이론은 과학이 아닌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제시하는 이론적 이윤율 변화과정은 정상분포곡선이다. 그러나 실제의 이윤율 변화과정은 불규칙적 파동형이다. 이론 모델과 달리 실제 이윤율의 추이가 파동형으로 나타나는 것은 인간의 개입때문이다. 이윤율이 하락하면.. 더보기
윤소영과 김영민 내가 아는 한 한국사회의 최고의 지성을 뽑으라면 윤소영과 김영민을 들고 싶다. 순전히 개인적인 판단이기는 하지만, 한국사회가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된 지식인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근대이후로 한국사회에서 지식인이란 기껏해야 서양의 누군가를 베끼는 장사꾼에 불과했다. 이걸 극복하고 우리의 언어로 우리의 세상을 살필줄아는 최초의 지식인들이 탄생했다. 윤소영은 경제학에서 그런 인물이고. 김영민은 인문학에서 그런 인물이다. 윤소영은 마르크스를 넘어서고 있고, 김영민은 포스트구조주의를 넘어서고 있다. 1910년을 한국근대의 기점이라고 본다면, 10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100년의 결산이 윤소영과 김영민 같다. 윤소영은 마르크스의 경제학에 공백이 있다는걸 인정한다. 그 공백이란 결국 사람의 문제다. 현실을 살.. 더보기
가족(윤소영) 가족에 대한 윤소영의 관점 윤소영은 1부1처제에 근거한 근대적 핵가족이 자본주의의 산물이라고 본다. 근대적 핵가족 제도는 인류역사에서 가장 인간의 본성과 대립적이다. 특별히 여성의 성적 욕망을 부정하는 체계다. 성적 주체로서 여성은 자신의 욕망을 부정하고 양육 관리자로 가족안에 자리매김 된다. 가족에 배치된 여성은 무성적 존재가 되도록 요구 받는다. 세상은 남녀로 짜여져 있다. 표준 가족 모델에서 여성이 무성적 존재가 되도록 요구 받는다면, 여자의 짝인 남성도 무성적 존재가 되도록 요구 받는걸 피할 수 없다. 여성에게 비인간적인 구조라면, 남성도 구런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표준가족 모델은 성을 최대한 억압하는 도덕을 발전시켜 왔다. 이런 억압에 대한 해방구를 체계의 주인인 남성들은 제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