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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의 웃음-시니컬한 서사  '시나리오만 좋다면 어떤 것도 영화화할 수 있다. 좋은 시나리오만 가져와라. 돈은 얼마든지 있다' 할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의 말이란다. 전우치를 보고나서 이게 사실이라는 실감을 했다. 할리우드 영화가 그럴때는 그냥 할리우드니까?라고 무심코 넘겼는데, 전우치를 보고 나서는 이게 그냥 우리 현실이 되었나!라고 생각했다. 현실이 구체적 실재가 아니라, 가상의 시뮬라르크로 존재할 때. 어떤 서사라도 영화로 만들 수 있다는건, 어떤 상상이라도 구체적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포스트모던은 구체적 실재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수 많은 가짜 복제물이 채우는 시대다. 복제가 임계를 넘으면, 절대적 권위를 자랑하던 실재가 오히려 복제물에 의해서 왜곡되는 시대다. 복제-시뮬라르크가 거꾸로 실재를 구성한다. 시뮬라르크.. 더보기
엄마를 부탁해 '엄마를 부탁해'를 읽는다. 문득 어제 블로그에 올린 글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돈과 권력을 가진 우즈 같은 강자에 쏟은 관심이 괜한 사치로 느켜진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을 바꾼다. 세상 사람 모두가 동일한 준거로만 살 수는 없다. 우즈에 대한 관심이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관점에서는 분명히 사치다. 그렇다고 모두가 용산참사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회도 그닥 내키지 않는다. 세상에 대한 지각이 자로 잰듯 정확할 수 없는게 진실이다. 그렇다면 세상도 아닐것이다. 근대적 이성을 극복한다는건 그런 천편일률적인 사고의 이면을 보는 감각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삶이란 한도 끝도 없는 불규칙한 무뉘다. 울퉁불퉁하고 흔들리고 어지러운 감각이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이 추운 겨울에 용산참사 희.. 더보기
저널리즘 자본과 우즈 우즈의 스캔들이 점입가경이다. 그걸 생중계하는 황색저널리즘의 신명이 부산스럽다. 비 오는날 먼지 날 만큼 열심이다. 저널리즘 자본이 만든 우즈가, 바로 그것에 의해서 폐기 처분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자본이 그악스럽다는건, 폐기하면서도 충실하게 자기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점이다. 폐기하면서 떨이 믈건 처분하듯이 마지막 남은 이익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스캔들이란 보편적 부패와 타락을 은폐하기 위한 장식품이다. 그걸 알기에는, 그는 너무 나약하거나 아니면 자본의 달콤함에 너무 중독 되어있다. 저널리즘에 맞서야할 때, 항복문서를 들고 긴다. 스캔들의 먹이감으로 자신을 손색없이 꾸며준다. 모름지기 저널리즘을 가장 화려하게 꾸며주는 스타의 이면은, 가장 좋은 희생양이다. 그렇게 저널리즘은 그를 두번 .. 더보기
키치적 장난감(재미로 만든) 신은 죽고, 자연은 인간을 향한 문을 닫았다. 벤야민에 따르면 최초의 소리는 자연의 모습을 형상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소리는, 음성 그 자체에 사랑의 의미를 온전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당연히, 단풍나무라는 소리는 단풍나무의 의미를 마땅하게 보존하고 있었다.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이 세상을 처음 지을때 그것은 말씀이었다. 그때의 말은, 언어는 세상의 본질 그 자체였다. 자연과 그 소리가 순수하게 일치했다. 그것은 아담이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순수한 소리였다. 신이 되고 싶었던 인간은 바벨탑을 세웠다. 바벨탑을 세우며 인간은 최초의 언어인 신의 소리를 잃었다. 대신에 그는 서로 다른 인간들의 언어를 가지게 되었다. 인간의 언어는 수 없이 많고, 달라서 서로의 의사소통을 가로 막았다. 언어는 자연의.. 더보기
새로운 주체의 탄생 진중권의 책 '현대미학 강의'를 반복해서 본다. 그의 급진성이, 때로는 그의 현실성이 교차해서 읽힌다. 조금씩 그의 문장에서 거리감이 확보된다. 확실히 나이를 먹었나! 그건 그렇고, 진중권의 비행술은 경이롭다. 험준한 산맥들은 숭고미로 넘고, 하늘가득 트인 평야에서는 시뮬라르크 놀이를 한다. 컴컴한 과거를 건너서 때로는 빛으로 가득한 시간을 매끄럽게 이동한다. 종횡무진 산과 들과 시간을 들쑤시고 다닌다. 그의 비행을 따라다니는 일은 그래서 좀 어지럽다. 하지만, 문득 마주치는 누구도 보여주지 못하는 멋진 경치들의 유혹을 떨치기도 쉽지 않다. 집을 팔아서 비행기를 샀다더니, 그의 기행이 이해된다. 때로는 미적 원리가 도덕규범보다 더 큰 윤리적 구성력을 가질 수가 있다. 개인들을 어떤 보편적 규범에 강제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