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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 상경이란 한자말은 어딘가 빛나는 으리으리한 성공과 출세의 냄새가 난다. 그런데 나는 경성, 서울이란 말에서 생활의 고달픔에 찌든 누추함을 떨 칠 수 없다. 어렸을 적 형제가 많았던 나는 서울에 여럿의 누님들이 있었다. 누이들은 한강변 쪽방촌이나 미아리 고개 넘어 산비탈 판자집 동네에서 살았다. 나도 한때는 그 동네 언저리에서 몇년을 살았다. 그래서 나는 서울이 얼마나 누추한 동네인지 잘 안다. 재벌은 아니더라도 사는 집 빼고 수십억은 있어야 으리으리한 서울을 맘편히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십다. 아마도 서울에 그런 정도로 사는 사람은 서울 사람들의 10% 정도나 될까. 나머지 90% 서울 사람들은 그야말로 하루하루를 그악스럽게 버티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상경이라는 단어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두통 비슷한 .. 더보기
로지코믹스 버트란트 러셀의 생애를 만화로 그렸다. 1. 이성과 광기는 어떻게 관계를 맺나? 합리적 이성과 광기는 가장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다. 광기는 비합리성 그 자체다. 미친놈의 행위란 세상의 상식적 법칙에서 벗어난 행태들을 말한다. 근데 이 책에서는 그런 광기와 이성적 합리성이 가장 가까이 있다고 말한다. 러셀은 극단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할머니에게서 양육되었다. 할머니의 양육은 러셀이 극단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기반이 되었다. 근데 어찌보면 이런 철저한 합리성이 러셀로 하여금 광기에 빠져드는 입구가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가계 대대로 내려오는 광기 -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자신의 피에도 흐르는 광기를 러셀은 합리성을 추구함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최종적으로 러셀의 생애는 합리성에 대한 광적.. 더보기
도로아미타불 : 술과 반성 중학교 이래로 술과 함께 살았으니, 술로 먹은 나이만도 거의 40년이 다 되었고, 그 정도면 술에 관한 일종의 도 같은게 깨달아졌을 만큼 연조가 되었음에도, 아직도 술 통을 보면 저게 무언지 호기심이 앞서고, 기어코 술과 한몸이 되어 헤롱거려야 하고, 그런식으로 빈둥빈둥, 술 한잔하고, 너무 술에 지배당하는 삶을 살지 말자고 결심했다가도, 인생 별거 있어 거나하면 좋지, 술 먹다가 인생 종치게 생겼네 좀 자제해야지, 이러면서 술 먹다가 안주로 꼭 반성을 한번씩 끼워서 지내는게 내 아비투슨데, 꼭 이런 어디서 듯도 보도 못한 어려운 단어를 써야 하냐면, 그 단어, 아비투스, 모르면 무식한 니 탓이라고 퉁을 주고 싶고, 말이 자꾸 엇나가는데, 하고 싶은 말은, 술과 반성이 같은 비율로 반복되다가, 요 몇년 .. 더보기
청춘가를 불러요(한창훈) 앞선 책들에서는 한창훈이 몸으로 글을 쓴다고 느꼈다. 이번 책에서는 한창훈이 글을 짓고 있다. 노가다판에서 질통메고 다니다가, 느닺없이 서당 훈장처럼 모양을 틀고 있다. 근데 그게 영 적응이 잘 안된다. 역시 몸으로 글을 쓰는 작가는 연조가 쫌 되어서 쓴 글들이 훨씬 좋다. 단편 열개를 묶어 놓았는데 제일 공감이 가는 건 '그 사랑'이다. 사내들의 사랑이란게 말짱 허당이라는 이야기다. 한창훈이 아니면 이런 서사를 쓰기 어렵지 않나 싶을 만큼 한창훈스타일에 딱 맞춤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실린 단편 중에서 제일 좋았다. 더보기
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한창훈) 작가들을 단순하게 둘로 나누면 문학을 짓는 사람과 문학을 사는 사람이 있다. 그 중 한창훈은 문학을 사는 사람으로 분류해야 한다. 섬을 읽으면서 한창훈은 몸으로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그냥 몸에 담아둘 수 없는 것들을 그는 쓴다. 손이 아니라 몸이 글을 쓴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그가 몸으로 쓴 이야기들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모든 사라진 것 들이다. 사라진 그것들이 너무 안타까워 한창훈은 쓴다. 그러니 한창훈이 살아낸 삶이란 우리가 잊어버린 삶의 어떤 원형들이다. 그걸 그는 악착 같이 보듬고 있다. 돌아보니 나는 과거를 악착같이 삭제할려고 살았다. 아마도 우리들 대부분이 그렇게 살았을거다. 근데, 한창훈은 혼자 남아서 모두가 다 버리고 간것들을 붙안고 기어이 서 있다. 절대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