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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이틀 구월의 이틀 - 류시화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 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 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 손을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 안에서 부서져 구름이 된다 구름 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있어 그 잎.. 더보기
중국에서 온 편지 장정일의 글들을 한겨레신문에 실린 짧은 서평들을 통해서 주로 접했다. 그가 쓴 시집이나 소설들 또는 십여권이나 출판됐다는 독서일기 한권도 읽어 본게 없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집어든 이 책을 그자리에서 뚝딱 읽었다. 소설도 아니고 뭣도 아닌 자유로운 서술형식이 재미있다. 도저히 문어체로 사용할 수 없는 시정의 언어인 '데끼리' 같은 말들을 무거운 역사소설에 사용하는 용기도 대단하다. 본인은 사마천의 사기를 소설의 씨줄로하고 김용옥 마키아벨리 프로이드 등을 날줄로 삼았다는데, 정작 보이는건 김용옥과 마키아벨리다. 아는 만큼 보이니, 아는게 그것이라는 말이다. 책의 전체적 내용은 장정일의 자학이다. 현실을 주물거릴 물리력을 거세당한 문사는 말만 많다는 나(진시황의 태자)는 어쩌면 장정일 본인일 것이다. 무엇이.. 더보기
남아프리카공화국 - 가든루트. 케이프타운. 포트엘리자베쓰에서 케이프타운 까지의 길을 가든루트라고 한다. 700km 정도의 길인데 유럽 사람들이 남아공에 정착하면서 최초로 닦은 길이다. '가든'이라는 말에서 냄새가 나는데, 아주아주 환상적인 경치를 가지고 있다. 이 길을 여행하면서 부터 다시 여행단에서 떨어져 나왔다. 승용차가 한대 더 생겨서, 그것으로 소리꾼 이선생-마크-나 셋이서 함께 이동했다. 사람수가 단출해지니, 여기 저기 한갓진 구석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장소는 '니더버그'라는 동네다. 사막에 가까운 건조지역이어서 특이한 풍경을 가지고 있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막혀있는 지형이어서 거의 비가 오지 않는다. 완전 사막기후는 아니지만, 선인장 종류의 건조지역 식생이 다른 지역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사람들의 외모나 분.. 더보기
남아프리카공화국 - 포트엘리자베쓰 벌룽굴랑에서 포트엘리자베쓰로 이동했다. 포트엘리자베쓰에서도 만델라 여행은 계속되었다. 남아공 전체가 만델라로 도배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했다. 도시 중심가 여기저기에 불쑥 불쑥 만델라 기념물이 있었다. < 포트엘리자.. 더보기
남아프리카공화국 - 벌룽굴라 벌룽굴라는 트랜스카이 지역에서 가장 외진 구석 해변가에 있다. 외부의 접근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전기는 전혀 공급되지 않고, 도로는 자연상태의 자갈길을 유지하고 있다. 외부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서 원주민들이 도로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 비교적 많이 남아있다. 상상속에만 가능한 아름다운 풍경들이 사람들을 황홀하게 한다. 그걸 찾아서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외부에서 뜨문뜨문 사람들이 찾아온다. 물론, 물리적 생활환경은 엄청 열악하지만 그만한 고생을 감수해도 결코 아깝지 않다. < 어떤 인위적인 기술로도 흉내낼 수 없을 것 같은 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