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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기 또는 놀기

자 왈 2

cf1) 君子不器 군자불기
군자불기란 말이 있단다.
군자는 어떤 특정한 하나의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그릇이 아니다
군자는 어떤 고정된 하나의 그릇에 담아질 수 없는 존재다.
대충 이런 말일거다.

공자는 이 말을 어떤 맥락에서 사용했을까?
아마도 기능주의적 지식인을 비판할려고 사용했을거다.
어떤 하나의 분야에 정통한,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을 가지지 못한 지식인들을 겨냥했을 거다.
지식이란 통합적 관점에서 사건을 해석할 줄 아는 능력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현대의 지식인이란 '군자불기'라는 관점에서 보면 모두 하자가 있는 존재들이다.
자기 분야의 지식에 갇혀서 전체를 보지 못하는 불구자들이다.
이런 협소한 지식인들은 결국 지배의 도구로서 기능하는 기술지식인들이다.
체제내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는 능하지만, 그것이 전체적인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알지 못하는 지식인들은 결국 체제작동의 하수인들이다.
사르트르는 이런 사람을 수동적 존재라는 의미에서 즉자적 지식인이라고 말한다.

오늘 교육부에서 0교시 금지, 우열반 편성 금지 등과 같은 과도한 입시교육을 막을 최소한의 마지노선들을 무력화시키는 29개 항목을 없앤다고 발표했다.

영혼 없는 교육부지식인 관리들이 정권의 코드에 맞게 지금까지 어렵게나마 최소한으로 유지해오던 학생자율 영역을 단번에 무너뜨렸다.
하기야 그전에도 이런 규제들이 학교현장에서 무력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이걸 이제 내놓고 풀어버리겠다는거다.

교육부 관리들이 체제의 지식인들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 민첩성이 놀랍기만하다.
 
결과는 뻔할거다.
당장이라도 학교는 야만적인 입시지옥으로 내 몰릴거다.
그나마 살아 숨쉬던 이런저런 새로운 교육적 흐름들은 당장 목이 졸릴거다.

그런 상황에서 교육의 공익적 관점은 사라진다.
오직 내 자식이 불이익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아우성이 학교를 덮칠거다.

지금도 입시에 도움이 되느냐 마느냐가 모든 교육적 행위의 판단기준이다.
이게 지금보다 훨씬 강력하게 작동할거다.
모두가 입시의 도구적 기능인으로 교사역할을 수행하도록 훨씬 큰 압력이 학교현장에 몰아칠거다.

결과는 뻔하다.
몇년 못가 그런 현실은 파산한다.
이런 야만적 경쟁의 현실을 버텨낼 만한 재간이 있는 사람은 결국 대한민국 1%다.

발가벗은 현실에서 이걸 사람들이 목도하게 될거다.
그래서 지금은 공공성을 더욱 크게 외쳐야한다.

미친놈 소리를 듣건 말건 초지일관하게 그걸 말해야 한다.
발가벗은 야만의 현실이 무너지면 기회가 온다.

현실에 압도되어 이런저런 우회로를 기웃거리다간 기회조차도 영영안온다.
노회찬 심상정이 결국 우리사회의 대안이 되는 시기가 분명있다.
진보신당이 전멸했음에도 그게 내가 그들을 신뢰하는 이유다.

cf2) '군자불기' 다른 해석.
군자는 모름지기 하나의 고정된 그릇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저 상황에서는 저렇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다.

공자의 군자불기를 이렇게 해석하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
내가 요즘 그렇게 산다.

작년까지 학교에서의 체벌이나 용의규제 등을 입에 게거품을 물면서 반대했었다.
요즈음에는 그냥 적당히 새로운 학교에 맞게 행동한다.
언젠가 새롭게 학교를 바꿔볼 기회가 있을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적당히 산다.
일종의 정당화기제를 작동시켜 현실에 눈감아 버린다.
'군자불기'라고 위안하면서!

cf3) 공자가 '군자불기'라고 했을때, 그는 어떤 맥락에서 이 말을 꺼내들었을까? 그 진짜 맥락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