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 부산
아침 일찍 합천을 출발했다.
오늘은 기어코 부산에 도착해서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작심했다.
창녕 남지에 도착하니 10시 쫌 넘었다.
바로 코 앞이 창원이다.
창원으로 가서 여행을 끝낼까?라는 유혹에 흔들렸다.
에이 그냥 부산으로 가자고 마음을 달랬다.
내가 하는 일이 대부분 처음은 창대하나, 끝이 뱀꼬리다.
겁나 어려운 한자 말로 용두사미다. 유머 되나?
요번 만은 끝을 창대하게 하자고 발을 살살 꼬셨다.
마음 보다는 차라리 내 발에 더 신뢰가 간다.
함안보에 도착하니 아직도 부산이 91km가 남았다.
아까 창원쪽으로 빠질걸 후회했다.
꼼수로라도 잔차질을 빨리 끝내고 싶은 욕망은 끝이 없다.
대가리 처 박고 땅만 보면서 페달을 굴렸다.
날은 덥고 하늘은 쨍쨍하고, 숨이 막힌다.
어찌 어찌 이를 악물고, 가다 쉬고, 가다 쉬고, 또 가다 쉬고, 쉬엄 쉬엄, 그작 저작, 허벌나게, 삐질 삐질, 죽을 힘을 다해서, 또는 빈둥 빈둥, 마지막으로 죽을 힘을 다해서, 그리고 허우적 허우적 가다 보니 저 멀리 부산이 보인다.
완전히 사위가 어둑 어둑 해지고, 막 부산 삼락공원을 지나 치는데, 오른쪽 강변에서 불빛이 번쩍 번쩍, 소리가 쿵쾅 쿵쾅, 잔치가 벌어진게 분명했다.
자전거를 돌려 삼락공원으로 갔다.
무슨 락페스티벌을 하는 모양인데, 사람들이 겁나 북적 북적 한다.
거기서 한참 구경하는데 비가 쏟아진다.
결국 최종 목적지를 7km 앞두고 헤찰을 하다.가 더 이상 라이딩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결국 용두사미로 여행을 끝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에이,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이러면서 이번 잔차질의 끝을 냈다.
낙동강과 밀양강이 몸을 섞는 장대한 풍경. 낙동강 처럼 큰 강이 있는 부산이 부럽다.
최종 목적지 25km를 앞 두고 있다. 멀리 부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부산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에게서 독립하기 위해서 밥먹여주고 옷입혀주고 잠재워준다고 해서 잠깐 살았던 곳이다. 결국 공부도 못하고 행실도 바르지 못하다고 1년도 못돼서 쫒겨났다. 행실 바르지 못한건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차이 없다. 바르지 못한 행실이 어느날 느닺없이 바르게 되면 그게 오히려 웃기지 안남? 그건 그거고 암튼 그 때 쫒겨 나기를 정말 잘 했다. 안그랬으면 아버지 말대로 '니가 거기서 잘 해봐야 배 운전수 밖에 더 되겄냐?'로 살았을 것이다. 일년도 못 돼서 아버지 품으로 다시 기어 들어온 아들을 웃으면서 환영해 주었던 아버지가 지금은 참 고맙다. 옛날에는 아버지와 싸우느라 아버지의 품을 알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게 보이니, 내가 나이를 먹은게 확실하다. 세상의 아버지와 싸워서 자기만의 정체성을 만든 모든 사람들을 존경한다. 그런점에서 나는 나로부터 존경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뻑 모드로 가는걸 보니 잔차질 완주에 고무돼있는게 분명하네이잉.
부산 10km를 앞두고 강변에서 시내쪽을 향해서 찍은 사진. 아마 북구 어디쯤 되지 않을까?
cf) '잔차질'이라는 용어는 홍은택에게서 빌려온 말이다. 내가 아는 한 일종의 인문학적 가치가 있는 문화로서, 자전거 문화를 만든건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과 김훈의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일 것이다. 둘 다 잔차질을 인문학적 무언가의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물론 사회경제적 변화 또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장년층 진입과 같은 인구학적 변화가 잔차질의 대중화에 기여한 더 큰 설명요인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김훈과 홍은택을 빼 놓으면 잔차질의 사람사는 무뉘로서 인문적 뿌리를 놓치는 결락이 생긴다. 겸손해야하는데 꼭 유식을 자랑질하는 것으로 마무리. 쥐 꼬리 만한 지식으로 유식한 척 하는 내 성정이 어디 가남! ㅋㅋ.
cf) 협조해 준 언론사 : cnn. bbc. kbs. mbc. sbs rtv 등 주요 언론사가 여행 내내 취재를 하느라 고생했다.가 아니고 염-서-김-전-방-황-차-정-고-문-신-박-천-안-임-이-최 등이 열심히 취재하고 보도하느라 고생했다.고 말하면 쫌 오바하는 짓임을 잘 알고 있다. 쪼금 관심을 보일락 말락 했단걸 알고 있다. 그래도 담에 만나면 술 사 주겠지이잉. 내가 아니면 니가? 누가 사면 어때! 암튼 같이 술한잔 하자는 말이다.
cf) 독점단독취재 언론사 : http://dionisost.tistory.com 의 전속 기자 디오니소스트. 정말로 수고 많았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해 먹네이잉.
cf) 이상의 내용을 읽고 내 정신상태를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 에이 ㅆ-ㅂ 웃자고 장난도 못 치냐? 너는 평생 진지하게 진담만 하고 사냐? 웃자고 한 말에 칼부림하자고 정색하고 달라드는 오바짓은 쫌 아니잖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