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뽑기
흙 부드러울 때
뽑기 좋을 때
교실 창 밑 화단에 잡초 제거하자는 날이다
솜털 가득한 목줄기를 잡아 쑥 뽑는 것이
노랑 벙아리 주둥이를 잡아 비트는 것 같아
아이들과 하는 체 하다 그만두었는데 오늘은
시멘트 계단 틈에도
자갈돌 틈에도
학교 온 구석구석에
냉이 꽃이 만발했다
학교 화단에는 봄에도
새싹이 돋지 않으면 좋겠다
돋더라도 곧 바로 커 버리면 좋겠다.
착한 선생님의 착한 마음이 눈에 보인다.
나는 대체적으로 성정이 못된편이어서, 착한 사람들하고 만나면 불편하다.
그럼에도 많은 착한 사람들과 교우하는데, 그럴때 나는 아마도 그들의 착함을 돚 보이게 하지 않을까?
그게 그들이 기어코 나 같이 나쁜 놈을 곁에 두려는 착한 사람의 사악한 마음이 아닐까?라고 혼자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착한 그들은 나쁜놈이 되고, 나쁜놈인 나는 최소한 정직한 놈이 된다.
문재식에 대해서도 나는 대체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걸로 다 설명이 안되는 여분이 있다.
꽃 피는 날
사랑하고 싶다
꽃 피는 날은
조선 똥개가 되고 싶다
담박쳐야 할 일상은 벗어버려!
쓰레기 매립장 옆
아카시아 나무 가시에 걸린 검은 비닐봉지들처럼
혼자 분노하든 말든
시골 집 변소 뒤 흙담 밑이나
꽃등에 한쌍 서로 어루만지는 냉이 꽃가루 속에서나
묵직한 토종 암캐랑
이 봄 내-내 숨을 헐떡이고 싶다.
착한 놈은 간데 없고, 날것의 욕망을 있는데로 배설한다.
남새스럽고,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관능이 아니고 분노여서 그럴까?
세상의 규범은 일상의 우리를 촘촘한 그물로 옴쭉달싹 못하게 속박하는데, 그는 그것에 격렬하게 저항하고 그러면서 분노한다.
문재식에게는 아직도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이 있다.
그게 착함의 배경이고, 일상의 억압에 대한 분노의 근거이고, 그것에 대한 저항으로 관능적 욕망이 분출한다.
그걸 억누르면서 살자니 아마도 죽을 맛일거다.
잘 알았습니다.
담에 만나면 서로 욕트고 놉시다.
나도 욕 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