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짱한 배우 두명이면 다 된다는 심사다.
다른 캐릭터는 그냥 악세사리다.
빛나는 스타 남녀 한쌍이면 서사고 뭐고 상관없이 모든걸 한방에 해결할 수 있다.
영화를 기획할 때 아마도 이런 마음이었을거다.
실제로 영화도 그렇게 만들었다.
예상할 수 있던 뻔한 반전을 반전이라고 말해야 하나?
아뭏든 마지막에 반전이 있는데, 그게 반전아닌 반전이다.
그래도 졸리와 뎊이 워낙 파워풀한 배우들이라 그게 멋진 반전처럼 보인다.
죠니뎊은 캐릭터를 설정할 수 없는 배우다.
Public Enemy 에서는 잔인하면서도 순수했다.
Pirates of Carevian 에서는 비열하면서도 영리하고 용감했다.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에서는 아버지라는 수퍼에고에 갇힌 유치하면서도 고독한 천재였다.
Tourist 에서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얼빵한 수학선생이다.
얼빵하기에는 옷차림이 너무 멋지고, 잘 생겼지만 그럼에도 잠옷입고 도망가는 장면에서는 그렇게 보였다.
하여튼 무얼해도 잘 한다.
지금까지 본 영화중에서 졸리에게 제일 안어울리는 역할이다.
무엇보다 매혹적인 여성 비밀정보요원이기에는 너무 늙었다.
아무리 멋진 옷을 입혀도 자글자글한 졸리를 감출수가 없다.
내 시선이 너무 편파적일까?
죠니뎊도 나이든것으로하면 만만찮은데, 졸리는 영 안어울린다.
'스테레오타잎으로서 주인공의 파트너 비밀요원은 항상 터질듯이 싱싱한 여자였으니까' 내 잘못은 아니다.
항상 그렇게 말하는 미디어를 비난할 일이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섹슈얼리티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건 아무런 생산성이 없다.
물론, 그럼에도 개인적인 차원에서 그걸 비판적으로 성찰하는건 필요하겠지만!
무엇 보다도 이번 역할에 졸리가 어울리지 않는건 그의 생활에서 묻어나는 캐릭터 때문이다.
졸리는 정치적으로 확고하고 주체적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정치적 활동에 열정적이다.
제시카 애니스톤의 남자였던 브래드피트를 훔치듯이 빼았아왔다.
자기가 낳은 애들말고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아이들 여러명을 입양해 키운다.
그렇게 키우는 아이들이 열명 가까이 되나?
이렇게 보면 졸리에게서 부드러운 여성성 보다는 강렬한 정치적 전사의 이미지가 먼저 읽힌다.
현실을 도발하고, 카리스마로 기존 질서를 뒤 엎는게 졸리다.
졸리는 여성적이기 보다는 남성적 캐릭터가 더 강하다.
그러니 투어리스트의 매혹적 여성 비밀요원은 졸리에게서 자꾸 미끌려 흘러 내린다.
아마도 이번 영화는 졸리에게 최악을 기리기 위한 기념물로 남을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관심이 간건 죠니뎊의 패션이다.
전형적인 패션 코드를 살짝 비틀어 자유로운, 그렇다고 꼬질거리지 않은 그의 옷차림에 자꾸 눈길이 갔다.
따라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결국 술 때문에 못하겠지만!
같이 영화본 놈들하고 떼거리로 몰려가 밤새도록 퍼 마셨다.
결국 영화보기는 술먹고 놀기 위한 맥거핀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