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아니라고 발버둥쳐도 나이에 따른 꼰대기질은 피하기 어렵고, 선생으로 살면서 시나브로 학교선생이라는 기득권 구조에 물드는 것도 인간인지라 어쩌지 못한다.
기성 사회체제의 가치관이나 규범을 재생산하는 기능을 주로하는 학교에서 선생이란 한마디로 기존질서의 대변자다.
그러니 선생으로 산다는건 하루하루 전형적인 꼰대가 되는 일이다.
학생을 미숙한 인격체로 전제하는 꼰대질에서 자유로운 선생질이 가능할까?
더구나 한국사회처럼 유난히 기성사회의 가치관을 재생산하는 기능 말고, 다른 기능은 하나도 없는 학교체제에서 기성사회의 관행에 질문을 던지는 행위를 용납하는 일이 가능할까?
학생들을 무언가 부족하고, 제대로 주형을 해야할 대상이고, 바로잡아야 할 객체로 보는 시선에서 자유로운 선생질이 있기는 한 건가?
한번이라도 학생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 본 선생들이 대한민국에 몇명이나 될까?
이런 질문들을 머쓱하게 만든 사건이 있다.
들불처럼 번진 '안녕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내가 사는 시내의 학교에도 붙었다.
그걸 학생부장선생이 적극옹호하고 나섰다.
얼굴이 노오래진 교장선생님을 문대고 대자보를 무려 이틀이나 지켜냈다.
대개 이런 경우 백중 백일번 정도로 학생부장들은 호통을 치면서, 징계니 뭐니하면서 무마하려든다.
그의 용기있고 분별있는 행위에 박수를 보낸다.
cf) 앞의 글에서 나는 이런일이 선생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결국 학생들에게서 먼저 나왔다. 역시 기득권에서 자유로운 학생들이 현실에 대한 감수성이 훨씬 뛰어나다. 누구 말대로 그 학생과 그 선생님 둘다에게 꽃을 달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