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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경치

촛불시위 : 면피성 참여

 

방학 내내 잔차질로 한량짓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잔차질을 끝내고 뉴스를 검색해 보니 촛불이 활활 타올랐다.

얼굴이 뜨뜻해지면서 좀 쪽 팔렸다.

내가 누리는 이 알량한 민주적 권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희생에 터를 두고 있는지 잘 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촛불집회에 참가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몸이 게을러서 차일 피일 미루다가 어제야 겨우 면피성으로 서울 시청앞 광장에 갔다 왔다.

사람들 참 많았다.

누군들 자기 시간을 버릇이 된 익숙한 일상에 묻고 싶은 개인적 욕망이 없으랴.

그런 개인적 욕망을 접고, 시대착오적으로 민주적 절차마저 뭉게버린 현실을 바로잡자고 나선 모든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8.15일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

한때는 근대성의 완성 - 통일된 한반도라는 근대적 민족국가의 성취.가 우리사회의 굴절을 바로 잡는 가장 근원적 문제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날도 이런 사회운동단체가 가장 많았다.

사진에 잡힌 주권방송도 그런 사회단체 중의 하나일 것이다.

지금은 좀 생각이 다르다.

통일로서 근대성의 완성이라는 사고 방식은 결국 수구적 민족주의라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이바지할 뿐이라고 생각을 정리한지 오래다.

그럼에도 오늘날 처럼 절차적 민주주의 조차 유린 당한 현실에 맞닥뜨리면 내 생각이 너무 현실을 비켜간건 아닌지 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라도 지켜내는 일은 평범한 개인들의 안정된 삶을 지켜내는 마지막 보루다.

 

레프트21 : 촛불현장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진보적인 시각으로, 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안간힘을 쓴다. 민주당이 현장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다면 레프트21은 가장 왼쪽에 있다.

 

 

줄줄히 이동하는 경찰들과 경찰 차량들 : 최소한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게 경찰의 본분이라는 흉내라도 냈는데, 이제는 대놓고 국민이 아니라 정권지킴이 라는 역할에 혈안이 되어있다.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 국민을 때려잡느라 너무 너무 열심이다. 오늘도 수 많은 경찰들은 거리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지켜야할 국민을 겁박하느라 바쁘다. 제국주의적 식민시대와 군사파시즘의 시대로 되돌아간 현실이 너무 비현실적이다. 사람들은 이런 비현실적 현실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모든게 영화적 시뮬라르크의 시대이니 그냥 영화한편 보는거야 이러면서 구경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