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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기 또는 놀기

일본 1

7월 30일

같이 근무하는 마크가 일본을 간다.
목적은 일본에서 돼지게 서핑, 사케, 스시를 즐기는 거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따라 나섰다.
남아공 출신의 마크, 마크의 여자친구 티나, 나 셋이 짐을 꾸렸다.
텐트, 코펠, 버너, 침낭, 서핑보드 등을 싸니 짐이 산더미만하다.
세명의 짐을 모두 내 작은 차 베르나에 실으니 차가 미어터진다.
부산 송정해수욕장에 도착해서 텐트를 쳤다.

7월 31일

거기서 하루밤을 묵고 부산여객선 터미널에 가서 부산-후쿠오카행 배에 몸을 실었다.
후쿠오카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하카다 역으로 갔다.
하카타-->미야자끼 버스표를 사야한다.
티켓팅하는 일본 아가씨가 발권을 거부했다.
이유는 서핑보드가 너무 커서 버스에 실을 수 없다.
마크가 바로 옆에 있는 기차역으로 가려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신경질적인 발권아가씨를 포기하고 근처에 있는 운전수처럼 보이는 아저씨에게 간다.

그가 훨씬 여유가 있다.
보드를 보더니 한번 실어 보잔다.
겨우겨우 보드를 버스에 실었다.
버스값이 7만원, 너무 비싸다.
저녁해가 뉘엇해지는 시간에 미야자끼에 도착했다.
거의 다섯시간이 걸린다.
거기서--->다까나베 까지 30분 가량 기차를 탄다.
어둑해질 때 다까나베 역에 도착했다.


                     (다까나베해변 캠핑장에 설치한 1인용 텐트 2개)

거기서 캠핑장까지 걸어서 10분, 텐트를 치고 바로 옆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치킨남방이라는 메뉴를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던 요시끼가 추천한다.
요시끼는 49살인데 젊은시절 유럽을 3년동안 현지에서 돈을 벌어가면서 여행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누드비치에서 콜라를 팔았던거다.
지금은 결혼해서 두살 터울의 아이들 3명이 있다.
구김살 하나 없이 밝은 초등학생들이다.
직업은 농부이고, 다까나베해변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집이 있다.
아이들 3명, 부인, 요시끼 모두 흑인처럼 햇볏에 그을려 있다.

저녁을 먹고 텐트에 누우니 앞이 깜깜하다.
일본으로 오기전에 물정 모르는 마크가 개인당 100,000원씩만 엔화로 환전하자고 했다.
그걸 하루만에 거의 다 소진했다.

8월 1일

다음날 요시끼의 차를 타고 근처 은행에 갔다.
다행히 가지고 있는 카드로 돈을 인출할 수 있다.
50,000엔을 인출했다.
마크가 서핑보드를 10,000엔에 산다.
요시끼의 친구가 운영하는 서핑용품 판매점이다.
그의 도움이 많이 작용한다.
한국에서 서핑보드를 50만원에 샀다.
마크가 아프리카 수준에서 가격을 후려쳤다.
그게 먹혔다.
보드가 두개가 되었다.

캠핑장에 돌아와서 처음으로 해변에 나갔다.
파도가 산더미처럼 크다.
서핑을 하려면 바다 깊숙히 나가야 한다.
수심이 얕은 해변은 파도가 부서진다.
파도가 부서지는 해변을 뚫고 바다 깊숙히 들어가면 파도가 너울너울 출렁인다.
거기까지 가는게 제일 힘들고 중요하다.
보드에 엎어진 자세로 손으로 페들링(물갈퀴질)을 해서 동력을 얻는다.

50살이 넘는 늙은 나는 서핑경험이 전무하다.
수심이 얕은 파도가 부서지는 해변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사투를 벌인다.
앞으로 전진했다가 파도에 떠밀려 넘어지고 엎어지고 뒤집어지기를 반복한다.
어찌어찌해서 겨우겨우 파도가 부서지는 해변을 탈출해서 파도가 너울거리는 깊은 지역에 도달했다.
다음 단계는 그곳에서 보드 위에 안정적으로 앉아 있는거다.
바다쪽을 응시하면서 밀려오는 파도의 너울들을 타고 큰 너울을 기다린다.
보드위에 안정적으로 엎어져 있는건 가능하다.
그러다가 보드위에 앉을려는 자세를 취하면 균형을 잃고 바다속으로 꼬꾸라진다.
그걸 수차례 반복한다.
발은 바닥에 닿지 않는다.
수심이 깊다.
마크가 옆에 없으면 죽을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든다.

바다쪽을 향해서 파도를 읽고 있다.
원하는 크기의 큰 파도가 저만치 다가온다.
자세를 180도 돌려서 해변쪽으로 자세를 바꾼다.
보드에 엎드려 맹렬하게 페들링을 한다.
페들링의 동력과 밀려오는 파도의 힘이 합해지면서 보드가 파도의 꼭대기에 실린다.
그걸 잡고 해변까지 보드위에 업드린 자세로 밀려온다.


                                 (엎드린 자세로 들어오고 있다)

첫날 겨우 한번 그걸했다.
그걸로 완전히 탈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