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호박넝쿨이 담장을 넘어 우리집으로 쳐들어 왔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그게 순식간에 호박을 주렁주렁 매달았다.
아마도, 제 삶이 다했으니 씨앗을 남기려는 마지막 몸부림이다.
그중 제일 귀엽게 생긴놈이다.
옆집 할아버지한테 한개만 따 먹자고 했더니, 담장 넘어간건 그집꺼니 알아서 하란다.
결국, 된장국이 되었다.
귀여운게 맛도 좋았다.
이러면 너무 잔인한가?
아무렇게나 꽃이 피었다.
이름도 모르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게을러서 여름 동안에 마당을 그냥 놔 두었다.
마당이 온통 시멘트로 도배되어 있다.
시멘트로 고르게 정리되지 못한 움푹 패인곳 여기저기에 눈물만큼 쪼금 흙이 쌓여있다.
그 척박하고 메마른 곳에 식물들이 뿌리를 내렸다.
그러더니 가을이 되어 마침내 이런 이쁜 꽃들을 서너 무더기 피워놓았다.
참 대단한 놈들이다.
뒷 마당에 감나무가 세구루있다.
하나는 대봉이고, 두개는 단감이다.
처음 이사왔을 때 조그맣던 단감나무가 무성하게 자랐다.
그중 하나에 주렁주렁 감이 열렸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단맛이 너무너무 상큼하게 들었다.
그걸 심심할때 하나씩 따 먹는데, 시원하고 달달하다.
날씨가 따듯했던 지난 늦봄에서 추석전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바베큐파티를 했다.
내가 호스트고 남아공출신의 마크와 티나가 전문 셰프 역할을 맡았다.
근데, 남아공 언어로는 바베큐가 브라이다.
그것에 재미를 붙여, 절친에게 브라이 파티를 하자고 졸랐다.
이 친구집에 웬만한 초등학교 운동장보다 큰 뒷마당이있다.
아무거나 하면서 놀기좋게 가꾸어 놓은 잔디마당이다.
마침내, 그곳에 불을 피워 음식을 굽고, 진탕 술을 펐다.
노친네 다섯명이 작정하고 덤벼들어 주접을 떨면서 재미있게 놀았다.
그중 한명이 목사님이다.
이 목사님이 키타를 너무너무 잘 두드린다.
술이 웬만히 오르자 바로 노래방이 되었다.
언젠가 나도 그런 널찍한 마당이 있는 집에서 친구들하고 날마다 술퍼먹으면서 살고 싶다.
안되면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