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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경치

몸이 좋은 사람

 

 

 

내 친구 신사덕이다.

김영민의 '몸이 좋은 사람'이라는 개념에 딱 맞춤한 인물이다.

사덕이는 '의도 - 생각 - 언어'에 갇혀 있지 앉고, 항상 몸을 먼저 움직인다.

'의도 - 생각 - 언어' 보다 몸이 빠르다.

세속적 기준으로 보자면 그는 의도도 없고, 생각도 없고, 언어(말)도 없는 바보다.

단지 몸이 빠른, 무언가를 꼼지락 꼼지락 거리는 일의 천재다.

'의도-생각-언어'의 바보, '몸'의 천재 사덕이.

 

내게 교직생활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를 꼽으라면, 사덕이와 같이 일하던 시절이다.

몸이 나쁜 나에게 몸이 좋은 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일깨워 주었다.

20여년도 더 된 옛날에 같이 잠깐 동안 보따리 장사를 했다.

팔려서 양말 하나도 못팔던 나에 비해서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길거리에서 사덕이는 우렁차고 씩씩했다.

그런 사덕이가 10여년 전부터 카메라에 빠져있다.

사덕이는 빛 보다 빠르게 사진을 찍는 신기를 가지고 있다.

사기가 너무 심한가?

세상에 빛보다 빠른건 없으니까.

자기 그림자 보다 빨리 움직인다면 봐줄만한 사기일까?

암튼, 엄청 빨리 돌아댕기면서, 여기 저기 사진을 찍어 댄다는 말이다.

그런 사덕이를 내가 먼저 쐈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보니 사덕이가 그런 나를 이미 쏴버린 후였다.

생각은 의도는 언어는 역시 느려터졌다.

 

cf) 항상 꼼지락 꼼지락 하면서 그는 그곳에 살았다. 그가 살았으므로 그곳은 아름다웠다.(원문 : 아무 한일이 없으나 그는 그곳에 살았다. 그가 살았으므로 그 땅은 아름다웠다. 권경인. 목어자) <김영민의 인용을 재인용. 비평의 숲과 동무 공동체. p.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