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09 .30.
로마인 이야기(내안의 마초적 남성성)
일본인으로 이탈리아에 살고있는 시오노 나나미가 쓴 책이다.
한국어로 1-12권까지 번역되어 시중에 나와있다.
이책을 읽으면서 많은것들을 새로 알게 되었다.
제일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이 오늘의 서양을 이해하는데 정말로 많은 도움을 준다.
오늘의 서양을 구성하는 나라들의 국경과 주요도시들이 로마인들에 의해서 만들어 졌다.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수상 처칠은 오늘의 영국이 시저가 도버해협을 건너면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만큼 서양의 지리적 민족적 형태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로마는 피할 수 없는 출발점이다.
런던이라는 이름도 로마의 다른식 발음에 불과하다.
서양을 이해하려면, 오늘의 서양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로마제국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걸 로마인 이야기는 잘 보여준다.
특히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관점은 로마인들이 자연을 교감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지배의 대상으로 삼은 인류 최초의 대규모 집단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어떤 프랑스 환경운동가는 로마 이래로 인류가 자연을 파괴하는 자연의 적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런점에서 로마적인 세계를 극복하지 않는한 인류의 미래는 없다고 로마를 비판하기도 한다.
로마가 대규모 토목공사 국가 였다는 것은 로마군이 토목건설의 공병이었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로마에서 출발한 도로망이 서유럽전체를 관통한다는 것은 그 점을 잘 보여준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놓칠 수 없는 재미는 다양한 인물 군상이다.
삼국지보다 훨씬 풍부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들 하나하나의 고민과 열정과 패배와 성공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이 넘어 간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인물들에 대한 시오노의 관점이 대단히 가부장적이라는 점이다.
여성 작가이면서도 어떤 남성작가 못지 않은 마초적인 시각으로 인물들을 서술하고 있다.
삼국지가 남성독자들에게 편하게 읽히는 것과 같이, 로마인 이야기도 그렇게 읽힌다.
이 책으로 부터 어떻게 권력을 휙득하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행사할지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여성을 철저하게 남성의 부품처럼 다루는 시오노의 관점은 어느 남성 작가보다 남성적이다.
로마인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단연 카이사르다.
시오노가 카이사르에 대한 서술에만 책 2권을 할애한다.
시오노에게 카이사르가 얼마나 인상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카리사르의 다음과 같은 태도는 카이사르의 삶 그 자체다.
'나는 단지 내 삶에 충실하고 싶을 뿐이다. 나처럼 다른 사람도 그들의 삶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카이사르의 성격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부분은 카이사르가 루비콘강을 건너는 장면이다.
루비콘을 건너 이탈리아 반도에 진격하면서 폼페이우스와 벌이는 내전과 그것의 정리과정이다.
카이사르는 당시 로마의 주류였던 공화정 파의 지지를 받은 폼페이우스에 비해서 절대적 열세 상태였다.
그럼에도 폼페이우스에 맞서서 내전을 승리로 끝내고 지중해 세계의 제일인자가 된다.
내전을 승리로 정리하고, 그는 공화주의 로마를 제정 로마로 바꾸었다.
내전 후에 카이사르는 폼페이우스 편에 섰던 모든 사람들의 과거를 불문하였다.
심지어 원래의 공직에 복귀하도록 조치한다.
이들이 나중에 자신의 등에 칼을 꽂는다 해도 별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카이사르 이전의 술라나 마리우스는 모든 정적들을 몰살 시켰다.
실제로 이때 살아남은 공화정주의자들이 공화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몇년 후에 카이사르를 암살한다.
책을 덮으면 시오노 나나미라는 여장 남자의 거대서사시가 스펙타클 영화의 한편처럼 잔상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