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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대기

뉴요커 아니거든요!


한국에 살았던 어떤 뉴요커가 있다.
외모가 특이하다.
미국인의 거만함을 탈색했다.
항상 덥수룩한 구렛나루를 가꾼다.

풍성하고 털털한 구렛나루가 그에게서 느끼한 뉴욕커의 냄새를 제거한 핵심이다.
뉴욕커의 냄새 보다는, 오히려 중동지방의 완고한 이슬람 아저씨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그가 그런 외모를 고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들이 자신의 국적이 미국이라고 생각하는게 불편하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당장 그가 완벽한 뉴욕커라는걸 안다.
그의 욕망이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살아온 세월에서 묻어나는 취향이나 습을 신체에서 털어낼 수 없다.
오랜 세월동안 익힌 몸의 습이 풍기는 방향을 지울 수 없다.
기타를 퉁기며 존레논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에서 누구나 뉴욕의 히피를 금방 찾아낸다.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고 싶은 욕망은 이성이고.
몸이 풍기는 냄새는 무의식이다.
그런 경우 무의식과, 의식이 분열하는건 어쩔 수 없다.
세속은 그런 분열들로 촘촘하게 짜여져 있다.

출근하면서 한국에 있는 이란 멜라트 은행의 영업이 강제로 정지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누군가도 낮선 이방의 어딘가에서 이렇게 말하고 싶을거다. 
한국인 아니거든요!

국적부정의 분열은 시대의 업보인가?
아니면 팍스코리아나의 세상이 되었는가?

깨끗하게 면도할 기회를 놓쳤다.  *^-^*  



    (대놓고 이렇게 쪽을 파는건 불로그질 시작하고 처음이다. 좀 쑥스럽구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