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경치

기회주의자 : 조폭양아치

학교를 옮겨 밴드 지도교사를 맡았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는 다른 선생님이 지도교사로 있었다.
그에게 '내가 한번 해보까?'라고 말하니 '가져 갈려면 가져 가'라고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밴드에 대해서 아는게 하나도 없다.
내가 할수 있는 일이란 애들 뒷바라지하는 것이 전부다.
뒷바라지하는게 대수냐 싶어서 그냥 가져왔다.
기타 드럼 키보드 음향기기 등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은 어짜피 외부의 누군가에게서 구걸을 하든 아니면 돈주고 사든지 해야 한다.  

눈매가 깊고 덩치가 산만한 착하게 생긴 아이가 밴드 단장이다.
이 녀석이 신참 밴드지도교사가 나서니 기회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만나자 마자 잔뜩 물품목록을 들이밀면서 사달란다.

지도 새로 단장이 되었으니 부원들에게 과시할 뭔가 성과가 필요하다.
나도 새로 지도교사가 되었으니 낮을 내야할 뭔가 성과가 필요하다.
어떻게든 일을 성사시켜야 했다.

내가 속한 부서가 학생과다.
학생부장이 교장하고 대판 쌈이 붙었다.

기회다 싶어서 쌈판에 끼어들어 살짝 물품목록을 들이 밀었다.
교장이 그걸 덮석 물었다.
쌈판을 바꿀 무언가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와중에 학생과 다른 선생님도 나보다 뭉치가 훨씬 큰 예산요구를 들이 밀었다.
그것도 덮석 물었다.

학생부장이 실실 웃으면서 투덜거렸다.
누구하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그 와중에 자기 필요한것 챙기기에 혈안이다.

고만 싸우고 정치를 하자.
지금은 정치를 해야한다.
잔뜩 후까시를 잡았다.
그게 서로가 필요하고, 서로가 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적당이 쌈판이 정리되었다.
서로가 물러설 명분이 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속으로 웃었다.
영악한 기회주의자 조폭양아치들과 우리가 뭐가 다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