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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경치

제주도 자전거 여행


몇년전 중학교와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를 했었다.

아이들에게 워낙 무심하게 대했던 시간을 어떻게 땜빵해보자고 저지른 일이었다.

제주도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타 보니 둘째놈이 제대로 자전거를 굴리지 못했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모처럼 만에 여행을 제안하니, 나를 배려한다고 그걸 흔쾌히 받아들인 결과다.



초등 저학년 시절 자전거 타기를 가르쳤었는데 그후로 몇년간 전혀 자전거와 접해보지 못했던 거다.

비척 비척 달리는 초등학교 놈을 데리고 제주도 일주를 하자니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다행이 큰놈이 실팍하게 힘이 붙어서 나보다 자전거를 힘있게 굴렸다.

그래서 작은놈에게 바짝 붙어서 첫날 겨우 10여 킬로를 달리고, 이걸 포기해야하나 밀어 부쳐야 하나 고민했었다.




다음날 다시 보니 작은놈이 어제 보다 훨씬 매끈하게 자전거를 굴리고 있었다.

고민을 접고, 여행을 밀어 부쳤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 제주도 자전거 여행사에서 대여했던 물건이 정말 엉망이었다.

기어 변속도 제대로 안되고, 차체의 무게도 엄청 무거웠다.

그걸 끌고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놈들이 3박 4일 동안 나를 따라 다녔다.

엄청 힘들었을것 같다.


좀더 크면 좋은 자전거를 선물로 주고 싶다.

그걸 굴리면서 육체의 힘이 정신의 힘이라는걸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