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덜대기

조르바의 귀환

 < 사진 : http://lovewish.tistory.com/78 >

 

한 동안 블로그를 거의 돌보지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다.

30학급의 대규모 학교에서 6학급의 작은 학교로 자리를 이동했다.

처음에는 예전 학교에 비해서 훨씬 여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부딪혀 보니 세상이 항상 그렇듯 규모가 작다고 단순한게 아니다.

학생 한명과 갈등이 발생했는데, 그걸 제대로 통제하기가 힘들다.

마음속에 그 아이에 대한 미움을 버려야 한다고 아무리 되뇌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작은 학교이니 그 아이와 부딪혀야 하는 접촉의 강도가 훨씬 세다.

예전에 큰 학교에서는 그런 경우가 발생해도 그냥 그 순간이 어떻게 하다보면 지나가고, 그러다 보면 갈등이 자연스럽게 해소되어 버리곤 했다.

근데 여기서는 그 아이를 내 잣대대로 뜯어 고쳐버리고픈 욕망이 날 뛰는 순간들에 휩쓸리곤 했다.

여유를 잃고 뻔한 꼰대짓으로 아이를 윽박지르기만 하니 갈등이 깊어만 갔다.

매일 서로 미워해야할 이유를 하나씩 만들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런 생산성도 없는 미욱한 짓을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이 나이에도 벗어나기 힘들다.

최근에 그 아이에 대한 미움이 마음속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그 아이의 다른 면이 훨씬 잘 보였다.

아직 학생다운 순수함도 보이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청소년기의 불안함 때문에 날 뛰는 모습도 보였다.

그걸 가만히 보면서 그 아이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일었다.

그러면서 생활의 여유와 평안함을 회복했고, 아이와의 관계도 훨씬 여유가 생겼다.

결국 시간이 문제를 해결했나?

 

또 다른 이유는 4.11 총선의 결과다.

많은 사람이 그랬겠지만, 나도 개인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개막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기대가 절망으로 확인되는 순간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 그런 절망을 대면하면서, 외부의 환경에 기댄 희망이란게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생각했다.

외부의 무언가에 기대서 희망을 붙잡을게 아니라 내 스스로가 희망의 주인이여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모든 희망은 온전히 내 자신으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래야 허망한 꿈을 꾸지 않을 수 있다.

비록 실패한 경우에도 최소한 여한은 남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꾸 새긴다.

 

마지막 이유는 이런 저런 것들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 중 가장 큰 힘은 마크가 떠나고 난 뒤 그 빈자리가 만드는 허망함일 것이다.

나도 무작정 자전거 둘러메고 지금 여기를 떠나고 싶은 욕망에 휩싸이곤 한다.

그걸 달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다시 조르바가 돌아왔다.

이 놈을 어떻게 대접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