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시내를 흐르는 강변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 가면 구이가 나오고 거기서 쫌만 더가면 모악산이 나온다.
주말에 이 길을 따라 라이딩을 했다.
모악산 입구 벚꽃나무에 버찌가 탐스럽게 익어 있었다.
'앵두보다 작은 버찌가 탐스럽다'는 게 말이 안되긴 하지만, 암튼 탐나게 잘 익었다.
그게 탐나서 손가락에 물이 들도록 따 먹었다.
버찌열매 입장에서는, 새나 다람쥐 같은 들짐승이 탐스런 자길 먹고 그 씨앗을 널리 뿌려줘야 한다.
탐욕에 눈이 멀어, 그짓을 내가 했으니 자연을 거스른 셈이다.
탐욕에 눈이멀면 벌 받는다.
그 댓가를 치뤘다.
돌아오는 길에 전주 천변길 숲속에서 갑자기 뛰어나오는 아이를 피하느라 아주 쎄게 브레이크를 잡았다.
자전거는 뒤에 자빠지고, 몸은 앞으로 날아갔다.
자유비행으로 낙하하니 얼굴부터 지면에 떨어졌다.
손목 발목 다 비틀어 졌다.
몸통에는 일곱군데 도끼다시로 문댄듯한 상처가 났다(미신하우스).
얼굴은 다섯군데 찢어졌다.
거의 걸레조각처럼 되었다.
그 중 왼쪽 광대뼈 쪽은 깊게 패어서 상처자국이 남게 생겼다.
옛날 부터 얼굴 한쪽에 칼자국 비슷한 선명한 흉터를 하나쯤 갖고 싶었다.
이런 말하면 아무도 안 믿겠지만, 내 얼굴은 너무 반듯하게 잘 생겨서 스토리가 없다.
드디어 내 잘생긴 얼굴에도 어두운 뒷골목 길 그림자 같은 이야기가 생겼다.
젊었던 시절 조폭생활할때 내 별명이 먹구름이었다.
내가 뜨면 아그들 얼굴이 잿빛으로 흐려져 먹구름 낀다는 데서 유래한 별명이다.
믿거나 말거나!
암튼, '라이온킹' 심바의 삼촌인 악당 '스카(흉터)'와 같은 캐릭터를 새로 내 몸에 새겼다.
왜 항상 삼촌은 조카들에게 악당들일까?
햄릿에서도 그렀고!
나중에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각설하고, 심바와 스카가 공존하는게 하나의 인간으로 가장 이상적이다.
지킬과 하이드 처럼.
너무 나갔나?
아직도 탐욕에 눈이 벌겋다.는 증거겠지! ㅎㅎ.
( 모악산 버찌 나무 바로 옆에 핀 따뜻하고 예쁜, 하지만 요즘에는 슬픈색이 되어버린 노란색 꽃. )
( 전주 시내를 가로 지르는 구이쪽 강변에서 해 맑게 노는 아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