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여수 - 부산 - 후쿠오카 - 오이따 - 다카나베 여정에 완전히 찐이 다 빠졌다.
자동차(부산) - 배(후쿠오까. 자전거해체) - 시내버스(후쿠오까 시내) - 기차(오이따) - 기차(다카나베, 자전거조립) - 도보(야영장).
중간 중간에 교통편을 바꿀때 마다 땀도 빼고, 짐을 안실어 줄까봐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실랑이도 하고, 어찌어찌 고통편에 맞춰 짐을 다시 꾸리기도 했다.
마크의 제안으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기로 했다.
4년전에 그런식으로 10일 동안 외진 시골구석 다카나베란 곳에서 야영을 한적이 있다.
이번에도 다카나베에 도착해서 자전거 - 서핑보드 - 산더미만한배낭 두개를 부렸다.
태풍의 전조로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늙은 나이에 이게 왠 청승이냐고 투덜거리면서 텐트를 차렸다.
바람과 비가 밤새도록 수선거렸다.
그럼에도 뭔가 개운한 기운이 몸속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축축한 텐트에서 첫밤을 보내고, 다음날 일어나니 햇빛이 눈꼼 만끔씩 구름 사이로 왔다리 갔다리 했다.
그 틈을 이용해서 빨래도 하고, 몸도 씻고, 나무 그늘에 누워 빈둥거리며 쉬기도 했다.
뒤에 보이는 텐트가 K2에서 구입한 1인용 제품인데, 가격도 비교적 합리적이고 품질도 좋다. 텐트의 기능은 결국 비올때 방수의 문제인데, 폭우속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설치하기도 간단하고 통풍기능도 세심하게 잘 만들었다. k2제품 선전해 줬으니, 양말 한켤레라도 주겠지. ㅎㅎ. 작년에 야영하면서 라이딩할려고 구입한 텐트는 설치가 너무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는 자립적으로 직립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작고 가벼운데 집중하다보니 그렇게 만들었겠지만, 이번 텐트는 직립도 하고, 접었을때 크기도 충분히 작다. 그리고 가볍다. 새로운 맘에 드는 텐트를 가지게 되니 자꾸 몸이 근질거린다.
마크가 남아공에서 직접공수해온 커피를 내리고 있다. 비록 텐트에서 거지처럼 살아도 커피는 귀족처럼 마셨다는 말이다. 여정 내내 마크가 바리스타 역할을 했다.
야영장 텐트 바로앞에 급수용 배관 벨브가 있다. 그걸 시도 때도 없이 틀어 샤워용으로 사용했다. 아마도 잔디관리용 밸브였을 것이다. 불법사용인게 뻔하지만 우선 편리한데 어쩌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