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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사회 대안은 지역이다



권리와 정의 담론으로 조직된 지역 주체

권리와 정의 담론은 신자유주의 담론에 대항하는 대안담론으로서 유용하다. 정의와 권리를 외치는 것은 다중들에게 정서적, 경험적으로 공감대를 갖기가 쉬우며 또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요구와 운동들을 하나의 공통 주제로 결속하기가 용이하다.

1. 권리담론
데비드하비는 세계 인류가 지금으로부터 60여년전에 합의한 1948년 유엔인권선언만 엄격하게 적용하더라도 자본주의정치경제에 엄청난, 어떤 의미에서는 혁명적 변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신자유주의는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위반하고 있으므로 인권을 제대로 지키려면 신자유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권리담론이 의미있는 이유는, 국민의 보편적 권리인 시민권이나 인류의 보편적 권리인 인권을 주장할 때 국민다수의 동의를 얻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자신들만의 특권을 누리고 있는 기득권층들이 보편적 권리 담론을 거부할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권리 담론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국민/시민/주민들이 자신들을 유력 정치지도자나 정부정책의 시혜 대상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권리의 주체로 새롭게 자각하는 계기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권리 담론은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대중의 요구들을 권리라는 담론 틀 속에 하나로 묶기가 용이하다.

2. 정의담론
정의 담론이 없다면 권리 주장은 상호 모순과 충돌이 불가피하며, 결국은 힘센자들의 특권이 약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억누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의담론은 권리들 간에 충돌과 갈등이 있을 때 어느 권리가 우선해야 할지에 대해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사회 정의에 부합하는 권리가 그렇지 못한 권리를 우선할 명분을 가지게 된다. 결국 기득권자들의 특권을 제압할 수 있는 힘의 권천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담론을 통한 대중 설득력, 또 하나는 지금까지 제대로 권리를 누리지 못한 사람들이 주체가 된 조직력이다.---.
트권과 불의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그 기준이 모호하여 칼날이 무디어진 정의 담론도 쓸 일이 많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과제는 적어도 정의 담론을 통해서 과정에서의 공정한 경쟁만이라도 우선 보장하는 것이며, 이와 동시에 촐발선에서 부터 불리했거나, 공정한 경쟁에서 밀려서 뒤처진 사람들도 권리 담론을 통해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보편적 권리를 제공해 주는 일이다.

3. 대안정책과 대안세력 형성의 장소인 지역
우리나라의 대부분 지역 현장은 진보의 토대가 되는 자발적, 가치 지향적, 개방적 모임 보다는, 작은 기득권에 집착하기 쉬운 혈연, 학연, 지연 같은 연고 확인형 배타적 모임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거기다 독재정권 때 조직된 보수관변단체들은 지방 행정과 지방 정치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를 혁파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 단위에서 동창회나 향우회가 줄 수 있는 작은 기득권보다, 더 공정하면서도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보편적 권리 보장의 담론과 정책이 필요하다.

4. 지역단위에서 조직된 진보적 주체
지역단위에서 진보적 주체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세 가지 씨앗은 아마 정당, 시민사회단체, 자각한 시민들일 것이다. 이 세 단위가 공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시민들을 조직해야 한다. 이 세 집단의 결합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바로 권리 담론과 정의 담론이다. 추상적인 영역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권리를 찾아나가고, 불공정한 관행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이 세 집단의 연대와 결합의 가능성이 열린다.

p.346-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