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 한참 박근혜 몰아내자고 주말마다 광화문 가던 시절, 학교 분회장이었다. 당시에 동료들 선동해서 같이 서울가자고 작업할려고 썼던 글이다. 방학 마지막 날 한달치 일기를 몰아쓰는 기분으로 그 때의 글을 다시 불러 올린다. 너무 이상한가? 요즘 제정신이 아니다. 퇴직하고 원 없이 공부만 했더니 맛이 많이 갔다. 사람은 역시 하던대로 살아야 한다. 하던대로 술만 푸고, 가끔씩 공부해야지, 술 끊고 디립다 책만 파면... 이렇게 말하면, 또 뻥까고 있다고 사람들이 낄낄거릴줄 다 안다. ㅎㅎ.
제안서 : 혹시 광화문에 오시면 맞나요? 만나지!
가죽과 이빨 --- 황병승
사랑과 헌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돌아서는 즉시 파
기하며 악의에 차 봉사하고 극기를 비웃으며 재활의
지를 꺽고 좀먹게 하고 자신의 진정한 노예로 태어나
모든 형제자매들의 잔혹한 주인으로 군림하며 오로지
타인을 짓밟을 때에만 의지를 불태우고 조용히 단호
하게 음탕한 정신을 찬양하며 성심 성의를 다해 술과
약물에 의존하고 열렬히 과거에 집착하고 화해를 원
하면 입구를 투쟁을 요구하면 출구를 봉쇄하고 정당
화하고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외치며 타인의 자유를
강력히 구속하고 체력을 과시하고 난장판을 사랑하며
뒷거래에 주력하고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위중한 몸으
로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모든 형제자매들
에게 끝없이 요구하고 뭉개고 뭉개고 앉아서 자신
을 향한 경멸에 찬 시선을 모조리 무시하며 기침으로
끝없는 기침으로 회피하며 입속에 고인 가래가 기도
를 막을 때까지 조용히 그리고 단호하게 마지막 숨통
이 끊어질 때까지
*
세퍼트가 사람을 구분하는 데 3초 ...... 너무 길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저는 한시도 인터넷 포털기사에서 눈을 못 떼겠습니다.
어려면 안 되지, 이럴 때 일수록 차분하게 일상을 잘 돌아야하지, 하면서도.
손가락은 자꾸 인터넷에 올라온 새로운 기사를 찾느라고 분주합니다.
위의 시는 황병승의 것입니다.
모던의 꿈이 파탄 난 자리에 드러난, 아니면 본래 모던의 세계 속에 내장되어 있던 인간의 악마성에 대한 시라고 흔히들 이야기합니다.
앞에서 17줄에 걸쳐 길게 언급한 인간이란 존재의 악마성은, 사실은 문명의 세례를 받지 않은 세퍼트라는 짐승의 맨눈에는 단지 3초면 훤하게 다 보인다는 말이지요.
17줄과 대비되는 단 1줄은 번개 같은 본능적 인식에 대한 서술입니다.
* 표는 문명 또는 교양이라는 가면이 벗겨지고, 본능적 직관이 작동하는 시간인 밤의 기호처럼 보입니다.
문명이라는 교양의 껍질을 벗으면, 의식이라는 이성의 빛이 아니라, 깜깜한 밤하늘의 별빛아래 무의식의 본성이라는 벌거벗은 원초적 감각이 작동하기 시작하겠지요.
그러면, 단지 3초면 인간의 악마성이 빤히 보인다는 말이겠지요.
근데 저는 요즘 위의 시가, 박근혜로 대표되는 한국 지배엘리트에 대한 묘사로만 독해됩니다.
모두가 악마이기는 하지만, 너는 진짜 악마다.
악마인 걸 진즉에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까지 지독한 악마일 줄은 몰랐다.
현실에서 사실로 확인하고 보니, 인간이 어디까지 추악할 수 있는지 ... .
이렇게 남의 악마성만 빤히 바라보는 이건 또 뭘까요?
저라는 인간의 악마성일까요?
악마를 바라보는 또 다른 악마인가요.
그래서 저는 요번 토요일에 광화문에 갈려고 합니다.
진짜 악마가 되지 않을려면, 진짜 악마를 보아야 할 것 같아서요.
자신의 악마성을 응시하는 시선을 거두지 않으면 최소한 자신은 지킬 수 있겠지요.
같이 갑시다.
엄청 폼 잡고, 진지하게 말했는데, 진짜 의도는 이겁니다.
지지난 주에 혼자 갔는데.
겁나 성질나써요. 쎄빠지게 걷기만 하고.
남들은 재미있게 여럿이 몰려다니던데.... 같이 모여서 술도 마시고....
광화문 행동 수칙은 아래와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1. 집결장소 :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광화문광장 편의점 뒤쪽 모퉁이를 돌아서 담배가게 건너서 왼쪽 뒷 골목 어디쯤에 있는 술집에 먼저 자리를 잡고 연락하기.
2. 깃발 : ‘장수풍뎅이연구회’가 지난번에 아주 인기가 많았다는데, 우리는 ‘하루살이의 하루생활 연구회’ ‘목포 오거리파’ ‘가치 노라요! 이이잉’ 등등, 아무거나 하나 만들어 가면 어떨까요.
3. 지참금 : 몸수색해서 5만원 이상 안나오면 돌려 보내기.
4. 해산 : 각자 알아서 가기. 다 큰 어른들이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게 쫌 초등생 같드만 잉.
● 가치가요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 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