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에 멋진 체육관이 있다.
경관이 좋은 산중턱에 자리잡고 있는데, 그냥 한바뀌 휘 둘러보기만 해도 상쾌해지고 마음이 탁트인다.
그곳에서 년중 내내 이러저런 경기들이 열린다.
지난 여름에 자전거를 타고 그곳에 놀러갔다.
마침 전국레슬링 경기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호기심에 안을 기울여다 보니, 땀 냄새가 훅하고 달려들었다.
어찌나 그 냄새가 강렬한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럼에도 내 호기심은 역한 땀 냄새를 밀어냈다.
체육관 매트들에는 레슬링 특유의 타이트한 옷을 입고 경기에 열중하는 선수들과 심판들과 코치들과 학부모들이 뒤 엉켜 아수라장이 펼쳐있었다.
그 중 어떤 매트에서는 어린 선수가 온몸에 쥐가 나서 뒹굴고 있었다.
지나친 체중감량과 경기중에 흘린 땀 때문일것이다.
어찌어찌 하다가, 결국 앰뷸런스에 실려나가는 상황을 보고 나왔다.
마음이 짠해졌다.
체육관 입구에는 이런저런 임시 포장마차들이 있었다.
그 중 한곳의 늙스구레한 아줌마한테 음료을 하나 사서 마셨다.
그러는 사이 빼빼마른 군살하나 없는 피골이 상접한 작은 체구의 학생이 살금살금 다가왔다.
아줌마에게 콜라한병 달라고 돈을 내밀었다.
아줌마가 너 코치한테 혼나지 않아?라고 말하면서 콜라 주는걸 주저했다.
아이가 달라는데 그냥 주세요,라고 내가 끼어 들었다.
그 아줌마는 걱정이 된단다.
뭐가 걱정이 되냐고 물으니, 자기 아들이 읍내의 중학생인데 학교에서 레슬링 선수로 키우자고 자꾸 권한단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말을 주고 받는데, 갑자기 그 빼빼한 학생이 끼어들어 이렇게 말했다
'그냥 실업계 학교 보내서 기술가르치세요!'
그 어린 학생의 그 말에 나와 그 아줌마는 한동안 물끄러미 그 아이만 쳐다봤다.
군살하나 없는 그 앙상한 몸이 그가 겪었을 삶의 무게를 말하고 있었다.
이런 아이들에게 내가 무슨말을 할 수 있을까?
몇일동안 쭈욱 그런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