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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경치

변명


요즘 일이 쫌 있다.
연말로 갈 수록 돌보아야 할 일이 늘어난다.
내가 자처한 일이니 그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
오히려, 일을 통해서 이런저런 다양한 만남의 기회가 있었고, 관념에 치우친 내 자신을 교정할 수도 있었다.
몸을 끄-을-고 세상에 나가봐야 진짜 현실이 보인다.
책상에 대가리 처박고 아무리 이러니 저러니 주저리 주저리 씨부러 봐야 결국 그게 관념의 성채을 벗어날 수는 없다.
관념의 성채를 벗어나서 현실을 티끌 만큼이라도 미동시키는 건 결국 몸이 세상으로 나옴으로 시작한다.

올해는 그래서 세상에 나가는 버릇을 많이 만들었다.

근데 그게 지나쳤는지 어쨌는지 책읽고 영화보는 버릇이 겁나게 사라지는 걸 느낀다.
나이 든 완고한 보수적 아저씨가 되어가는 걸 피할 수가 없다.
책 읽기에도 영화 보기에도 점점 눈길이 가뭇해진다.
한 마디로 세상을 다르게 보는 힘은 약해지고, 세상에 대한 기득권 비슷한 욕망은 자꾸 부푼다.

세상에 너무 많이 나갔나?

아뭏든 쫌더 나가보는 수 밖에 없다.
그래봐야 시골구석 한량짓 이상의 것도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