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 평택 - 용인
평택에서 오산 - 수원 - 용인이 10여년 전 자전거 전국 일주때 이용한 경로다.
1번 국도를 쭈욱 따라서 서울로 가는 길이다.
근데, 1번 국도에 차량 통행이 장난이 아니다.
하루종일 그 많은 차량들과 아귀다툼을 할 생각을 하니 아득했다.
그래서 평택에서 샛길로 빠져 바로 용인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늑대를 피할려다 호랑이를 만났다.
거의 45번 국도를 따라가는 길인데, 1번 국도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아수라장을 통과해서 용인에 도착했다.
하여튼 이런 복잡하고 북적대는 시장통 같은 곳에 꾸역 꾸역 모여사는 서울 사람들이 대단하다.
역사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적 인식은 역사가 선형적으로 쭈욱 어떤 일정한 방향으로 진전한다는 생각이다.
나도 대체적으로 그런 생각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최근에 역사를 반복으로 설명하는 글들을 읽었다.
그런 관점에 따르면 역사란 내용만 달리하는 동일한 형식의 지속적 반복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역사가 어느 순간 메시아적으로 완성된다는 생각이다.
동일한 형식을 반복하면서 내용을 변주한다는 말이다.
내용에 차이나는 변화를 만들면서 형식을 반복하는건 단지 역사만이 아닐 것이다.
세속의 삶이 다 그렇지 않을까?
어쨌든, 이번 여행을 하면서 나는 10여년 전의 자전거 여행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때 보다 훨씬 여유있고, 즐겁게 동일한 형식을 반복하는 셈이다.
천안에 있는 사진의 병천순대집을 당시에도 이용했었다.
이번에도 어제 저녁을 이곳에서 해결했다.
밥 먹으면서 10여년 전과 똑 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병천순대 맞은 편에 있는 남성 옷 매장.
'놈 앤 놈'이라.
나는 상호를 보면서 아마도 주인이 노무현 매니아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그런식으로 보는 내가 노무현 매니아일까?
하여튼 둘중 하나는 맞겠지.
살이있을 때 제대로 대통령짓 못한다고 놈현놈 놈현놈 하면서 무던히도 욕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 대해서 안타깝고 아깝고 애석하고 짠하다.
어제 천안에서 박상사파 패거리들과 17:1로 붙었다.
천안 삼거리 박상사파와 광주충장로 먹구름파 간에는 옛날의 구원이 있다.
물론 그쪽이 17이고 내가 1이 였다.가
아니고 우리 충장로 먹구름파가 17이고 박상사파 쪽은 박상사 혼자였다.
17명이 떼거리로 달려들어 박상사를 다구리 놨다.
그 과정에서 우리편 누군가의 사스미 칼이 내 종아리를 스쳤다.
웃자고 한 농담을 누군가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 ㅋㅋ.
자전거 페달 모서리에 베었다,가 진실이다.
용인 터미널 5km를 앞두고 길가의 편의점에서 한숨을 돌리면서 안도감에 젖어 셀레임 한 봉다리를 빨아 먹었다.
평택 - 용인 까지의 아수라장 같은 코스를 무사히 그럭 저럭 마쳤다고 생각하니, 이게 너무너무 달콤하고 시원했다.
자전거 라이딩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고된 육체의 사용후에 이런 하잖은 빙수 하나가 주는 위로를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용인 터미널 뒷골목.
오늘은 아마도 여기서 술 진탕먹고 쭉 뻗겠지!
술로부터 도망나왔는데, 여전히 술에 쩌는건 매 한가지인 것 같다.
누군가 이 말을 알아 듣는 사람있으면 연락주세요이잉.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