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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대기

근대 또는 그후(Modern or Postmodern)

모던과 포스트모던이라는 이중적 구속 

한국의 모던기획을 새롭게 다시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동기는, 한국의 근대성에 대한 생각의 변화다. 
과거에는 통일된 민족국가를 통해서 한국의 근대성이 완성된다고 생각했었다. 
일제잔재를 청산하고 통일된 민족 국가에 정합한 합리적 체제와 실천을 확보하는 것이 근대성의 완성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런 생각은 한국이 근대성을 완수해야할 역사 발전 단계에 있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가능하다.
이 전제에 대한 많은 시각 차이가 있지만, 보안법, 과거사청산, 지연-혈연-학연에 따른 파벌적 사회관행, 학벌을 매개로 단절된 사회계급, 가부장적 사회문화와 법률체계, 가족주의의 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보장 시스템들은 한국사회가 여전히 봉건적 과거에 매여 있음을 의미하는 증거들이다.

통일된 한반도라는 한국의 근대성 완성이 그 자체로 선이라는 주장들이 아직도 지배적이다.
약소국가의 식민지적 상황 청산과, 그에 따른 독립된 근대적 국가 건설은 내부자와 외부자 모두 지배와 피지배의 왜곡된 모습을 수정하는 선이라는 거다.

그러나 유럽의 많은 근대적 민족국가들이 결국 파시즘체제에 오염되어 간 비극은 어떻게 할 것인가?
특히 세계 여러 나라에 미군과 함께 파병되는 한국군의 모습이나, 남한 자체만으로도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는 현실은, 한반도 통일국가는 선이라는 문제의식 보다 더 선행하는 현실로서 진실이다.
어짜피 한반도 통일이 남한 중심의 통일로 진행될 것이 뻔한 현실에서 남한이라는 사회속에서 근대성이 어떻게 사고 되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한국 사회의 미래지형을 고려할 때 반드시 철저하게 성찰해야할 문제다

지방선거가 가까워 지면서 정치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프레시안에 이런저런 반MB연합의 기사들을 보면서, 뭔가 근본적인 알맹이가 빠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근대성을 완수하면서도 그게 가지는 제국주의적, 파시즘적 성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담을 수 있어야 한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가 있다고 본다.
거칠게 말해서 해방이후 한국사회는 박정희 근대화 모델의 변주였다.
김대중 노무현 민노당 실험이 실패한 것은 박정희로 표상되는 근대성 모델을 극복하지 못한데 있다.
그러므로 MB정권은 그런 박정희 모델의 필연적인 복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단순하게 반MB라는 구호로는 현실의 대중을 설득하기 힘들다.
대중은 어설픈 반박정희 모델 보다는 차라리 노골적인 물질적 욕망을 추구하는 박정희 모델에 더욱 익숙해있다.
그게 지난 대선과 총선의 민심으로 두번씩이나 확인 되었다.  
설사 반MB 구호로 대중을 설득했다.하더라도 그것은 또 따른 김대중-노무현 시대에 불과하다.
아마 그렇게해서 현실권력을 흭득한다하더라도, 그 순간부터 지리멸렬한 모습만을 노출시킬 것이다.

새로운 미래는, 거시적으로 근대성을 성취하되 그게 철저하게 반파시즘적-반제국주의적이어야 한다.
차이와 개별성이 넘치는 포스트근대성을 함께 성취하는 모델이어야 한다.
전근대성이라는 봉건성과 보편적 이성의 독선이라는 근대적 전체주의를 동시에 극복하는 모델이어야 한다.
일종의 이중적 과제, 합리화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둔 근대성을 성취하면서, 다양성이 흘러 넘치는 개별화라는 포스트 근대성의 성취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하는 모순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런 서로 대립하는 듯한 모순적 가치를 어떻게 현실에서 구체적 정책 대안으로 실현할 수 있을것인가?
이게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본질이다.



cf) 이런 거시적 문제의식이 아닌 구체적 실천의 역량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 구체적 비젼을 나누고 배울 메트릭스가 더욱 시급한지도 모르겠다.
기존의 진보진영이 가지고 있는 담론시스템은 그걸 담기에는 너무 구태해 보인다.

하나마나한 이런 얘기를 되풀이하는 내가 지겹기도 하지만, 그거라도 해야 좀 답답증이 풀린다.
써 놓고 보니 무정부주의자 아나키스트인 내 문화적 정체성과 좀 거리감이 있다.
아무래도 정치적 정체성은 그 보다는 좀 온건한가 보다.
이 농담을 아는 사람은 아마도 빙그레 웃을거다. 그래 함보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