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의식 들여다 보기

남자와 여자

2006. 09. 11.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다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수도 없이 많이 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은 쓸데 없는 우문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답이 많이 있다는 것은 이런 질문이 모든 사람들에게 불가피하다는 반증이고,
그에 대한 하나쯤의 답을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그런 답들이 모두에게 불만족스럽고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최근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뒤늦은 나이에 문득 이런 우문에 대한 답을 좀더 세련되게 정리했다.

여자는 모두다 구세주 콜픔렉스를 가지고 있단다.
자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 언제나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그런 사랑을 갈구한단다.
그런 존재는 영원하고,
오직 자기에게만 충실하며,
자기자신만을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여자는 참이기적인 존재라고 말했더니.
여자들은 그게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의식없이,
어렸을 때 부터  그런 판타지를 꿈꾼단다.

그게 참사랑이고,
그래야만 자기가 진정으로 사랑받고,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한단다.

어이가 없어서 헛 웃음이 나왔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똑같이 이기적인 남자의 판타지를 들이대며,
남자도 똑같이 이기적인 존재가 아니냐고 따지고 들었다.

너희 남자들은,
한여자에게서,
사랑이 가득한 어미니이기도 하고,
피끊는 정념을 불태울 창녀이기도 한,
그런 다중적인 욕구를 만족시켜줄  대상을 원하지 않냐고 ?

그런 다중적인 욕구들이 충족되지 않으니까 !

어머니로서 마누라는 집에 가두어 두고,
창녀로서 애인은 밖에 두고 복혼적인 생활을 하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철 없는 여자와 남자가 가지는 판타지가,
관계에 상처를 내게 된다는 것을.

내가 누군가를 지켜주는 절대적인 존재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내가 어떤 타자의 존재론적 불안감을 완벽하게 해소시켜줄 존재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내가 어떤 타자의 존재를 위해서 존재하는 2차적 존재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여자가 내 다중적인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없는 한계적인 존재라는 것을,
왜 나는 진즉 깨닫지 못했을까?

그랬다면 상대로부터 그런 터무니 없는 존재로 요구 받는것에 대하여,
정중하게 거절하면서,
내 욕망을 관철하려 노력했을것이고,
상대에게도 그런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았을 텐데 !

서로가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를 발전시키려 노력했을텐데 !

뒤 늦은 깨달음 이었지만,
기뻤다.

아직도 20년 이상을 살아야하는데,
늦었지만 모르는 것 보다야 백번 낮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