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아부하려고 수업중에 이런저런 동영상을 보여준다.
옛날에는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동영상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근데 이게 아이들에게 전혀 공감이 안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한껏 고무되어 있는데, 아이들은 '이게 뭥미' 또는 '애이 심심해' 같은 반응들이 나온다.
한마디로 소통에 완전 실패한 결과가 태반이다.
갈수록 그런 감각의 차이들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최근에는 내 의견을 완전히 포기하고, 10대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내 놓는다.
소녀시대 같은 아이돌 가수들의 영어판 동영상은 적정한 타협이다.
그러면 그 나이에 소녀시대나 기웃거리는 관음증 환자아니냐?는 아이들의 시선이 날아온다.
이래도 문제고, 저래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그랬건 저랬건 그 과정에서 알게된게 하나 있는데, 소녀시대와 브아걸의 차이다.
소녀시대의 'the boys'와 브아걸의 'sixth sense'가 거의 동시에 시장에 나왔다.
전달하는 메시지는 둘다 세상에 맞짱뜨고 살자는 거다.
소녀시대는 이쁜 공주옷을 입고 나오고, 브아걸은 군복을 입고 나온다.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세상에 맞짱뜨자고 선동하는 메세지에 대해서 누가 가짜이고 누가 진짜인지 긴 설명이 필요없다.
근데 재미있는건 아이들이 브아걸에 훨씬 더 열광한다는 점이다.
내 예측은 아이들이 소녀시대에 훨씬 끌릴것이다,는 것이다.
역시나 내 판단을 아이들은 벗어나 있다.
아이들이 내 시선에서 관음증을 읽어 내는것에 대해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이들에 대한 내 예단이 내 세계관을 반영하는 거울상이라고 말한다면, 아이들은 그 거울에 비친 모습을 직접 보는 최초의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흐-흠, 속마음을 들킨것 같아 뒷목이 뜨뜻해진다.
타자의 지평을 넘어서는 진실이 없다고 말한다면, 이렇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근데, 뭔가 미진한게 남는다.
'이치를 뚫어낸다'고 하던데, 그러면 반복적 수행을 통해서 그게 아닌 새로운 일면을 증명해야 하나?
눈이 내리고, 도서관은 닫혔고, 기다리는 친구는 응답이 없고 그래서 별 시시꺼렁한 상상을 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