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경치

남아프리카공화국 - 가든루트. 케이프타운.

포트엘리자베쓰에서 케이프타운 까지의 길을 가든루트라고 한다.
700km 정도의 길인데 유럽 사람들이 남아공에 정착하면서 최초로 닦은 길이다.
'가든'이라는 말에서 냄새가 나는데, 아주아주 환상적인 경치를 가지고 있다.

이 길을 여행하면서 부터 다시 여행단에서 떨어져 나왔다.

승용차가 한대 더 생겨서, 그것으로 소리꾼 이선생-마크-나 셋이서 함께 이동했다.
사람수가 단출해지니, 여기 저기 한갓진 구석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장소는 '니더버그'라는 동네다.
사막에 가까운 건조지역이어서 특이한 풍경을 가지고 있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막혀있는 지형이어서 거의 비가 오지 않는다.
완전 사막기후는 아니지만, 선인장 종류의 건조지역 식생이 다른 지역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사람들의 외모나 분위기도 많이 다르다.
오랫동안 부쉬맨과 유럽인의 혼혈이 진행되어 인종적으로 정체성이 모호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과거 집권세력인 네덜란드 계열의 혈통을 가지고 있다.
결과로 현재는 이지역이 케이프타운과 함께 현집권당인 ANC에 강력한 라이벌지역이다.
언어는 독일어에 가까운 '아프리칸스'를 주로 사용해서 더욱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남아공 북부나 중부 지역에 영국의 그림자가 있다면, 남부 지역에는 네덜란드-독일-프랑스의 냄새가 난다.
남아공에 먼저 이주해온 네덜란드-독일계열의 이주민들과 나중에 들어온 영국이 맞붙어 싸운 보어전쟁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케이프타운에 접근할 수록 그런 분위기는 더욱 강하다.

케이프타운에 도착해서, 케이프타운 시티투어와 만델라가 수감되었던 로빈아일런드를 방문했다.



< 이 다리위에서 아들님이 번지 점프를 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초딩시절 이곳을 한번 방문한 경험이 있다. 그때 이곳에서 번지점프를 하는걸 보고 마음에 새겨두었나 보다. 몇일 전부터 이곳에서 번지점프를 시도하겠다고 말해서, 귓등으로 듣고 그런 모양이다 했다. 실제로 하는걸 보니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오금이 저려서 저런 곳에서 절대로 번지점프 시도 못한다. 아뭏든 고등학교까지 졸업하는라고 고생했다. 그것만으로 장한일인데, 이런곳에서 번지점프까지 하다니! 장하다! 아들님아! 부디 그런 용기 잃지 말고 항상 건강하고 밝게 살아라 >


< 케이프타운 워터프론트에서 놀고 있는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아줌마 아저씨들. 부끄럼 많이 타는 마눌님을 어영부영 꼬드기는 기술이 웬만한 한국 제비 수준은 된다. 노는게 우리나라 유원지에서 아줌마 아저씨들과 하나도 틀리지 않다. 구경꾼들한테 모자 돌려서 돈 까지 구걸한다. 재미겠지만, 우리 아저씨들 보다 더 난잡하다 >


< 케이프타운 워터프론트 길거리에서 타악기공연을 하고 있는 흑인청년들. 자신들 공연음반을 판매하는데, 가격은 100랜드(1,500원)이다. 음반 판매와 지나가는 행인들이 모자에 담아주는 푼돈이 주요 수입원으로 보인다 >


< 만델라가 수감생활을 한 로빈아일런드 감옥 한켠에 있는 '소부퀘' 사진. 만델라와 같이 흑백분리정책에 대한 저항운동을 했다. 만델라와는 대학에서 같이 공부했고, 이곳에 같이 수감생활을 했다. 만델라가 백인과의 공존을 인정한 온건한 입장이었던데 반해서 소부퀘는 남아공에서 백인추방을 주장하는 훨씬 과격한 입장이었다. 미국 흑인인권운동가들인 '마틴루터킹' '말콤엑스'에 직접적 영향을 끼쳤다. 


<1993년 백인정권과 만델라측과의 정치협상이 타결되고, 로빈아일랜드 교도소에서 풀려나 육지로 상륙하는 마지막 정치범들>


< 만델라가 수감생활을 했던 감방. 만델라가 사용하던 모포-변기바케스-밥그릇이다. 여행 전체가 만델라 학습여행 비슷하게 짜여서 알게된 건데, 백인들한테 만델라는 구세주와 같다. 만델라가 아니었으면, 1994년 이후로 남아공은 흑인과 백인간에 극심한 내전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거의 대부분의 흑인들이 남아공에서 백인들에 대한 무장 투쟁을 지지했다. 그걸 만델라가 막았다. 어짜피 같이 살 수 밖에 없다고 설득했다. 그런 설득의 힘은 만델라의 출신 배경에서 나온다. 최대 부족중의 하나인 코사족 출신이고, 코사족 추장이라는 가문배경을 가지고 있다. 만델라가 가진 그런 힘이 아니면 10여개가 넘는 흑인들 부족간의 정치적 단결도 불가능하다. >




< 케이프타운 해변가의 부유한 백인마을 >



< 케이프타운의 수 많은 해변들의 하나인 '핱베이'에서 물개들과 놀고 있는 아이들. 물개들에게 끊임없이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마치 친구와 대화하는 것 처럼. >




< 해질 녁의 케이프타운 최대 중심가 '롱스트리트' 풍경. 가까이에 있는 '워터프론트가' 밝고 명랑한데 비해서 음습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조버그와 비슷하다. >

cf) 겁나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쌩고생하면서 찍은 사진을 기꺼이 내 블로그에 사용하도록 내준 마눌님과 아들님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여기에 쓰여져 있는 정보들은 정확하지 않다. 귀에 잘 안들리는 말들을 퍼즐 짜듯 황급하게 짜 맞춘 정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