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고 처음으로 한문 공부라는 걸 해봤다.
지난 일년 동안 공원국의 책을 춘추전국11권을 포함하여, 모두 찾아 읽었다.
그가 쓰는 모든 문장들의 근저에는 한자텍스트가 있다.
그의 글을 읽는 것은 한문공부에 대한 갈급함을 쌓는 결과로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한문공부에 대한 욕망이 생겼다.
마침 공원국이 그런 사람들을 위한 한문공부 책을 썼다.
꼬셔 놓고, 책임지는 공원국의 자세가 가상하다.
다양한 분야와 다양한 시대를 읽으면서, 한문을 읽힐 수 있도록 책을 만들었다.
낯개의 한자 하나 하나에 대한 뜻 풀이도 있고, 쓰기와 읽기를 동시에 하도록 배려한 점도 휼륭하다.
무엇보다도 휼륭한 점은, 한문를 고루한 과거에 가두지 않고, 현대에 맞게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한문이라는 텍스트에 내장된 유교의 고루한 폐해는, 루쉰의 효에 대한 비판으로 적나라하다.
그런 루쉰의 문제의식을 공원국은 이 책에 철저히 반영했다.
한문이라는 텍스트의 현대적인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그중 재미있는 텍스트는 '효자종치명 부종난명(孝子從治命, 不從亂命,)'과 같은 글이다.
올바른 부모의 뜻은 따르지만, 올바르지 않은 난명은 따르지 않는게 올바른 효도라는 말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도끼로 무자르듯 잘랐다.
자식을 부모로 부터 독립된 주체적 존재로 직립시켰다.
이런 식으로 한문공부 초짜들을 위한 텍스트를 구성한 점이, 이 책의 돋보이는 풍경이다.
그래서 저항감 없이 편안하게, 솔직히 말해서 쫌 열광하면서 한문공부 입문을 했다.
처음에는 두달 정도 걸려서 겨우겨우 한번 책걸이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열번 정도 책걸이를 하고 나니, 지금은 작심하면 몇일이면 설렁설렁 읽어낼 수 있다.
뻥이 심한가?
뻥은 아니고 문제는 작심이 잘 안되다는 것이고, 더 큰 본질적 문제는, 나이를 먹으니, 외우는 속도 보다, 까먹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한문장 외우면, 두문장을 망실한다.
이러다 몇년 지나면 노망들겠군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자주 '공부안하는게, 공부하는거야!' 라고 핑계를 대고 술집으로 달려간다.
결국, 술주정에 대한 변명으로 또 끝낸다. ㅋㅋ.
cf) 루쉰의 효 또는 유교 일반에 대한 비판
배경이야기) 살림이 궁핍해져서 먹을거리자 부족해지자 효자인 아들이 부모를 살리기 위해서 자기 자식을 버리려고 한다. 마누라에게 자식은 나중에 형편이 나아지면 또 낳으면 되지만, 부모님에 대한 효도는 당장의 시급한 과제라고 마누라를 설득한다. 결국 마누라도 동의한다. 아이를 산으로 데리고 가 막 파 묻으려하는 찰나, 하늘이 이런 효심에 감동하여 큰 부를 내려줘서, 결국 자식도 살리고 계속해서 효도도 할 수 있었다.
루쉰의 말) 내 부모님이 효자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