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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동양고전 독법 : 강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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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묵자의 겸애와 반전 평화

묵가의 검은 얼굴
묵(墨)은 검다는 뜻이다.
묵가(墨家)란 형벌을 받은 죄인들의 집단을 의미한다.
묵자(墨子)의 묵은 죄인의 이마에 먹으로 표시하는 묵형(墨刑 )을 의미한다.
이들은 형벌을 받았다는 사실을 이름으로 삼아 공공연히 밝힌다.
이런 행위는 형벌이 부당하다는 저항의 이미지이고, 또 형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언하는 행위다.
묵가의 사상은 기술자들이거나 노동계급을 대변한다.

2천년 만에 복권된 묵자
묵가는 진나라 초기 까지만 하더라도 유가와 함께 가장 큰 세력을 떨쳤다.
진나라, 한나라 이래 사회 격동기가 끝나고 토지사유를 중심으로하는 지주 관료 중심의 신분사회가 정착 되면서 묵가는 자취를 감추었다.
기층민중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그들을 조직하여 세습 귀족 중심의 사회를 개혁하려고 했던 최초의 좌파사상과 운동은 유교의 뒤받침을 받은 새로운 신분제 사회의 등장과 함께 사라진다.
2천년이 지난 후인 19세기 말에 유교사회의 붕괴와 더불어 재조명되기 시작한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愛人若愛其身)
묵자의 하느님 사상은 기독교의 사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20세기초 중국의 교조적 맑스주의자들은 묵자의 이런 하나님 사상을 종교적이라고 비판한다.
묵자의 천지론은 근본적으로 인격천이거나 절대적 존재를 가리키지 않는다.
묵자의 천지론이 신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명편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서 그는 천명이란 폭군이 만들어낸 것이라 말한다(天命暴王作之).
따라서 묵자의 천은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돕는것이 자연스런 하늘의 도라는거다.
이런식으로 해석하면 묵자의 천이 노자의 도나, 근본적 진리라는 것과 대동소이하다고 말할 수 있다.

cf) 실증적 역사자료는 없지만, 예수탄생에 등장하는 동방박사가 망명한 묵자 사상가들이라는 설이 있단다.

물에 얼굴을 비추지마라
묵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글자 그대로 하루도 전쟁이 그치지 않았다.
효과적인 전쟁론인 군사적 패권주의가 시대의 논리였다.
묵자는 전쟁의 모든 희생을 최종적으로 짊어질 수 밖에 없는 기층 민중의 대변자로서 모든 전쟁에 반대하는 반전 평화론을 구축한다.
"군자불경어수 이경어인(君子不鏡於水, 而鏡於人) : 군자는 물을 거울로 삼지 않고, 사람을 거울로 삼는다."는 말은 전쟁을 비판하는 말이다.
전쟁으로 사람들을 헤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수염을 그을리고 옷섶을 태워야 ?
묵자의 반전론은 대국이 소국을 공격하면 힘을 합해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종의 평화연대의 국제관계론을 제도화할려고 시도했다.
묵자의 반전사상은 적극적으로 공격전쟁을 막는 행위로 나아간다

초나라가 명장 공수반을 초빙하여 운제라는 공성기구로 송나라를 공격하기로 한다.
묵자는 초왕을 방문하여 송에 대한 공격이 실패할거라고 단언한다.
초왕 앞에서 공수반과 묵자의 도상전쟁이 펼쳐진다.
공수반이 공성 방법을 바꾸어 아홉번이나 성을 공격했지만 실패한다.
묵자는 아직도 방어술에 여유가 있다.
공수반이 공격에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초왕에게 암시한다.
그 자리에서 당장 묵자를 죽이는 것이다.
묵자는 자기와 같은 제자들이 이미 300명이나 방성기구를 가지고 송나라의 성위에서 초나라 군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초나라는송나라에 대한 공격을 포기한다.

--- 묵자 공수편 , 墨子 '公輸篇' ---
묵자는 초나라가 송나라를 공격하는것을 막았다.
초나라가 정나라를 공격하는것을 막았다.
제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하는것을 막았다.
묵자가 송나라를 지날때 비가 내렸다.
성안의 여각에 들아가 비를 피하려 하였다.
그러나 송나라 문지기가 그를 들이지 않았다.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사람의 공로는 알아주지 않고 드러내 놓고 싸우는 사람은 알아준다.
cf)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그걸 고치려 애쓰는 사람을 몰라보는 세상의 근시안적인 인심을 한탄하는 글이다.

신영복의 주석 : 미리 아궁이를 고치고 굴뚝을 세워 화재를 예방한 사람의 공로는 알아주지 않고, 수염을 그을리고 옷섶을 태우면서 요란하게 불을 끈 사람은 그 공을 칭찬하는 것이 세상의 인심인 셈이지요.
개선장군에 대한 환호가 그러한 것입니다.

실이 물드는 것을 보고 슬퍼하다
묵자가 반전 평화론을 전개하면서 부딪힌 가장 큰 장애는 전국시대에 만연한 패권적 군사주의 사고방식이었다.
전쟁이 일상화되어 있었고, 군사적 패권을 통한 부국강병에 대한 논리가 만연하였다.
묵자가 말한 '소염론所染論'은 이런 현실에 대한 개탄이다.
실이 물들 듯이 국가나 사람도 후천적 환경에 물들 수 있다는 말이다.

cf) 공화주의를 지켜내기 위해서 유럽각국에서 스페인 내전에 뛰어든 많은 지식인들, 남미의 혁명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체게바라 같은 인물들이 묵가가 아니었을까?

cf) 신영복은 묵자의 사상이 관계론적 사상이라고 말한다.
전쟁론은 자기의 존재를 강화하려는 강철의 논리다.
자기 존재만을 사랑하는 별애(別愛)라는 거다.
묵자는 이에 반대하여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친다(相愛相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