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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동양고전 독법 : 강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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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 장자의 소요

장자가 살았던 시대

정중지와(井中之蝸) 부지대해(不智大海)

장자가 살았던 시대는 맹자와 비슷하다.
장자는 송나라에서 살았다.
송나라는 춘추전국시대의 국가중 가장 약한 국가였다.
송나라의 모든 민중은 끊임없는 제후국간 전쟁의 가장 극심한 피해자 였다.
장자는 약소국의 가혹한 현실에서 자신의 사상을 키워냈다.
부자유와 억압의 극한 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당시의 거의 모든 지식인들은 어떻게 전쟁을 잘하고, 어떻게 강한 나라를 만들지를 고민했다.
부국강병의 방법론을 설파하고 다녔다.
지식인들의 중심화두가 부국강병 이었다.
공맹의 '인의예지'도 그런 방법 중의 하나였다.

장자는 전쟁에 철저히 반대하는 문제의식을 설정했다.
장자는 부국강병이라는 화두를 근본적으로 외면하고자 했다.
화두에서 벗어나 화두를 무력화시키고자 했다.
'날씨가 참 좋네요!'라고 얼핏 한가로와 보이는 대답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물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말할 수 없다 : 정중지와(井中之蝸) 부지대해(不智大海)'는 효율적 전쟁론과 부국강병의 방법론을 설파하고 다니는 제가백가들을 비판하는 말이다.
장자 자신 말고는 모든 제가백가의 주장들이 전쟁을 부추기는 잘못된 생각들에 빠져 있다는 거다.

장자는 허무주의자 인가 ?

예미도중
(曳尾途中)

장자를 속세를 초월하는 허무주의자로 읽는 경향이 있다.
예미도중(曳尾途中)이란, 죽어서 존귀한 거북이 되기 보다는 살아서 진흙속에 꼬리를 끌면서 사는 거북이가 되겠다는 말이다.
장자의 적극적인 현실참여 의식을 표현하는 말이다.
장자의 도(반전론)는 현실에 대한 도피라기 보다는, 춘추전국 시대의 전쟁으로 인한 혼란과 폐해를 보다 근원적으로 치료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읽어야 한다.
그렇다고 장자의 철학이 가진 관념론적 성향에 대한 비판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cf) 장자가 극단적 아니키스트로 읽힌다.

장자가 말하는 도란 ?

제물론 [齊物論]
  : 이것은 저것에서 나오고, 저것은 이것에서 나온다.
분별할 수 없다.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포정해우(捕丁解牛) : 저 뼈에는 틈이 있고, 내 칼은 두깨가 없다.
결(도)를 따른다.

학의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고,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늘리지 마라.

부끄러워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다
: 공자의 제자 자공을 통해서 공자를 비판하는 말 : 효율성 즉 인위적 조작을하면 사물의 본질을 헤치게된다.
유가의 생각들이 인위적이고 조작적이라고 비판하는 말이다.
인의예지 같은 억지 이데올로기 만들어서 사람들 피곤하게 하지 말라는 말이다.
장자는 유가가 사람들을 번잡스럽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cf) 공자가 대단했었나 보다.
공자를 씹지 않는 제자 백가가 없다.
아니면 세월이 흐르면서 유가가 득세를 하고, 그에 대한 비판들이 나중에 첨가되었을거다.
cf) 신영복의 기계에 대한 입장 : 기계는 주관적이고, 인간은 객관적이다.
기계는 상황의 변화에 대한 대처능력이 없고, 인간은 상황변화에 대처한다.

아기가 자기를 닮았을까 두려워하다 : 자신이 불치의 환자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성찰을 촉구하는 말이다.
cf) 신영복은 이말을 특히 선생들이 명심해야한다고 말한다.
자신을 모범으로 전제하고 남을 가르치려는 자세를 항상 돌아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모범적 삶을 산 전형들이다.
자기 삶을 전형으로 상정하면 자연히 학생들에게 억압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자세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책은 옛사람의 찌꺼기 입니다 :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언어로 전달될 수 없다.
오직 직접 체험을 통한 느낌으로만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cf) 신체나 감성의 중요성에 대한 언설로 읽힌다.

쓸모 없는 나무와 울지 못하는 거위 : 어떤 나무는 쓸모없음 때문에 베어지지 않고 천년을 산다.
어떤 거위는 울지 못하는 쓸모없음 때문에 손님 접대용으로 죽음을 당한다.
장자는 이런 선택에서 쓸모없음 과 쓸모있음의 중간에 처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빙긋이 웃는다.
중간이란 유용과 무용의 중간이 아니라, 유용과 무용의 개념을 뛰어넘겠다는 말이다.
춘추전국 시대의 부국강병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유용하나 무용하냐의 중간이 아니라, 부국강병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아닌 다른 과제, 도(반전론)을 추구하겠다는 선언이다.
현재에 대입하면 자본주의적 유용과 무용의 기준이 아닌 다른 기준을 세우고 그것에 따라 살겠다는 거다.
cf) 자본주의적 가치에 따른 유용과 무용이 아닌 다른 가치기준을 세우고 산다면 어떤걸 중심적인 가치로 삼아야하는지 그게 궁금하다.

빈배 : 아무것도 없는 빈배가 와서 충돌하면 그 빈배에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타고 있는 배가 와서 부딪히면 화를 낸다.
빈배처럼 자기를 비워야 한다.
cf)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말을 한다.

나비의 꿈 : 제일 많이 알려진 장자의 말이다.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를 보았는지, 나비가 꿈속에서 장자를 보았는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일장춘몽이라고 허무주의적으로 해석한다.
사실은 장자와 나비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말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항상 변화하는 상호의존적 존재라는 말이다.
원인이 결과가 되고 / 결과가 원인이 되는 방식으로 모든게 둥근 원처럼 서로 맞물려 있다는 말이다.
상호침투(interpenetrate)의 방식으로 사물이 존재한다.
cf) 니체의 시간개념이나, 불교의 연기론과 닮았다.

혼돈과 일곱구멍 :  남해의 임금은 숙이고, 북해의 임금은 홀이다. 중앙의 임금이 혼돈이다.
혼돈에 일곱개의 구멍을 내 주었다.
그러자 혼돈이 죽었다.
일곱개의 구멍이란 눈 귀 입 코와 같은 감각기관을 상징한다.
감각적 경험을 통하여 이성적 진리체계를 구성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거다.
그런 이성적 진리체계는 인위적인 무엇이다.
혼돈에 구멍을 내 주었다는 비유는, 혼돈에 질서를 부여했음을 의미한다.
남해와 북해의 중앙에 질서를 부여했다는 말은 세상을 질서정연하게 정리했다는 거다.
그러자 세상이 죽어버렸다.
질서있는 정리란 인위적 이성을 근거로 세상을 분별하는 지식체계를 구성해 냈다는 말이다.

cf) 모더니즘에 대한 포스트머더니즘의 비판 논리를 똑 닮았다.
지식이 시대와 사회적 조건에 따라 구성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지식에 대한 상대론적 관점을 이렇게 비유로 표현하니 의미가 훨씬 풍성해진다.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이란 없다더니 그 말이 실감이 난다.
수천년전에 장자가 했던 말을 지금 이 시대가 반복하고 있다.

참다운 지식 : 지식이란 어떤 것을 기다린 연후에 하늘에 비추어 보아 그 진리성 여부가 판명된다.
기다린다는 말은 실천을 통해서 검증한다는 말이고, 하늘에 비춘다는 말은 하늘이 절대적 기준이란 말이다.
실천을 통해서 검증한다는 말은 지식이 당대적 임의적이라는 말이다.
변화가 사물의 존재방식이라고 전제한다면 지식의 임의성과 가변성을 실천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근데 하늘에 비추어 본다는 말은 너무 허무맹랑하다.
장자가 결국 관념론자라고 비판 받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cf) '조지어천'照之於天 : 하늘에 비추어 본다.
최종적인 진리근거를 세울려고 노력하는 장자의 고심이 느껴진다.
그냥 진리의 임의성을 인정하고 그것에서 더 나아가지 않을 수 없었을까?
그러기에는 백가쟁명의 논쟁시대에, 자기 주장의 근거가 너무 허약하다고 생각했을까?

고기는 잊더라도 그물은 남겨야 : 물고기를 잡고나면 그물을 잊어버리고 토끼를 잡고나면 덪을 잊어버린다.
cf) 신영복은 이말을 뒤집어서 말한다.
고기는 잊더라도 그물은 남겨야 한단다.
신영복에게 그물은 관계적 사고방식에 대한 이해다.
장자를 통해서 관계적 사고방식을 배우라는 거다.
다시 말해서 철학적 사고방식을 읽히라는 거다.
한마리의 제비를 봄과 연결시켜 생각할 줄 알고, 경기의 승패가 아니라 경기를 통한 우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는 거다.
장자의 관계론을 주목하라고 신영복은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