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썸네일형 리스트형 눈 내리는 밤(이병초) 눈 내리는 밤 제때 죽지 못한 슬픔처럼 숫제 알몸띵이로 펑펑펑 함박눈 쏟아진다 외등 낀 탱자나무 울타리 위로, 짝발 짚고 선 지게 위로, 우우웅컹! 문창을 때려 쌓는 개 짖는 소리 위로 펑펑펑펑 함박눈 쏟아진다 미치게 살고 싶었던 꿈자리들이 펑펑펑펑 쏟아진다 놋요강 놋대야 새로 들이고 자식 보고 싶은 밤, 산도 들도 지붕도 길바닥도 평등하게 눈 덮일 눈부신 아침을 펑펑펑펑 출산하는 밤, 질긴 명줄이 다녀가는지 간혹 정짓문이 삐걱거린다.(p.42) 이병초 시인의 어법으로 말하면, 징허게 고향을 파먹고 산다. 고향이 없었다면 그의 삶, 다른말로 시는 세상에 없다. 그의 고향은 정겹고, 눈물나고, 때로는 슬프고 아름답다. 그런데 웃기는건 그게 나에게는 결국 애로틱하게 읽힌다는 거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 더..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