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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영화보기

American Sniper

클린트이스트우드가 만든 영화라고 해서 주저없이 티켔을 샀다.

결과는 역시 그다운 삶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순전히 내 식으로 설명하자면, 클린트이스트우드가 저격수 카일의 운명을 저격했다.

그래서 미국 전쟁영웅인 카일의 운명에 대한 냉소적인 거리를 확보했다.

물론 대다수 관객들은 미국전쟁영웅에 대한 상업적 추모의 감정에 압도될것이다.

하지만, 카일의 비극을 어떻게든 설명해야만 하는 문제의식이 떨떠름하게 남는 뒤 끝을 피하지는 못할것이다.

 

카일 :

이라크 전쟁의 전설적인(legend) 미군 스나이퍼다.

미국방부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기록으로만 160명의 적들을 저격했다.

미군(navy seal)에 대항하는 적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죄책감이 없이 살해하는 저격수다.

그가 죄책감을 느끼는 영역은 단지 더 많은 적들을 저격해서 더 많은 동료들을 구하지 못한것에만 국한된다.

군인이 되기전 전력이 텍사스카우보이다.

이라크인들이 소나 말 같은 짐승으로 보이는게 어쩌면 이런 인물에게는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전쟁의 비극이라는 자신을 둘러싼 더 큰 문제에 대한 아무런 성찰능력이 없는 살인기계다.

 

무스타파:

미군측의 전쟁기계 카일에 맞서는 이라크쪽 전쟁기계 무스타파다.

성장과정이나 가족배경 전쟁에 참여하게된 동기 같은 설명들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뛰어난 저격수라는 설정이 전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카일 보다는 무스타파에 끌렸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동작, 우수와 분노가 복잡하게 뒤엉킨 눈동자.

한마디로 뛰어난 배우다.

이런 배우들에게는 아무리 시시한 이야기를 담아도 장대한 서사가 된다.

cf) Google 검색해 보니 Sammy Sheik 이라는 이집트 배우다. 영화에서만 보고 싶다. 진짜 만나면 아마도 무척 쫄리지 싶다. 중동지역 무슬림 사원에 가면 이런 인물들 쉽게 만날 수 있을거다. 무슬림세계를 모욕한 서구세계에 대한 분노와 그런 토양이 만들어낸 슬픈 우수의 눈동자를 가진, 다부친 체격의 젊은 이들을. 예전에 파키스탄 근처 카슈미르의 어느 이슬람사원에서 경건하게 기도하고 있던 그런 청년을 하나 만났다. 몇마디 말을 건네자, 곧바로 자기가 테러리스트로 보이냐고 물었다. 쫄은 상태로 그냥 착하게 생긴 신앙심이 깊고 건실한 청년으로 보인다고 응답했다. 영화보는 내내 그 청년의 모습이 겹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