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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한창훈)



한창훈의 서사들은 아름답고 애뜻하다.
변방의 무지렁이들을 껴 안고 같이 뒹굴고 같이 술먹고 같이 밥먹고 논다.
먹물들의 사치한 교양을 한치의 틈도 없이 삭제했다.

그럼에도 그의 소설이 구시대적으로 읽히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홍합의 서사가 발생하는 공간은 후미진 지방 항구도시다.
거기서도 더 나아간 도시의 끝자락, 농촌과 도시가 만나는 접점에 공장이 있다.
공장이라는 근대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농촌 공동체적 노동관계를 맺고있다.
공장이라는 근대와 농촌이라는 전근대가 섞여있다.
이런 공간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곳이 있을까.

있다면, 아마도 모두 베트남이나 중국의 농촌에서 흘러온 이주자들이 그 애뜻한 노동의 비지땀을 흘리고 있을거다.

그런점에서, 홍합은 해체되기 직전의 어떤 노동현장을 잘 그린 그림이다.
그런점에서 휼륭하다.
90년대 농촌의 끝머리와 도시변방 접점에 대한 풍경을 세밀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